붉은 바다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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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눈에는 눈


카르마가 그 자리에서 곧장 움직이려 하자, 요크가 그를 제지했다.


“대장… 아니, 선장. 마음은 알지만 그렇게 다짜고짜 덤벼들면 안 돼.”


“놈을 죽여 달라고 한 건 요크, 너 아니야?”


“그래, 하지만 시아드는 엄청난 겁쟁이란 말이지. 자신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지 않으면 왕궁에서 절대로 나오지 않아. 이미 선장의 현상금을 봤을 테니까 쉽사리 나서지 않겠지. 자기 자신이 배신으로 이 나라를 집어 삼켰기 때문에 배신으로 몰락하는 것을 두려워해서 자신만큼 뛰어난 부하도 만들지 않았어. 시아드 해적단 소속 일반 해적들 수천 명 위에 오로지 시아드 한 놈만 군림하는 형태지.”


“그렇다면 놈을 끌어내야 할 거야. 수천 명의 잡병을 쓰러뜨리는 건 우리 셋으로도 별 문제가 없지만, 그들을 상대한 다음 시아드까지 상대하는 건 힘들어. 좋은 방법이 없을까?”


요크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곰곰이 생각했다.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뜨거운 태양빛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자, 요크는 벌떡 일어나더니 그늘에 다시 앉아 생각을 계속했다. 잠시 후, 요크는 드디어 생각이 정리된 듯 눈을 떴다.


“놈이 자주 가는 창녀촌… 그곳에 뭔가 있을 거야. 놈은 아까도 말했듯 겁쟁이라서 왕궁 밖으로도 잘 나가지 않지만, 왜 인지 그곳만큼은 자주 갔어. 옛날 이야기라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카르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면 그곳으로 한번 가보자. 뭐라도 정보가 있겠지.”


그때, 앵거스가 선장실 안에서 나타났다.


“다 좋은데 선장이랑 넌 이거 써. 그 놈 부하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을 테니까.”


둘은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앵거스와 벤지를 데리고 창녀촌으로 이동했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자, 요크가 말했다.


“여긴 해적 전용이야. 지배당하는 민간인은 출입할 수 없지. 아이러니하게도 매춘부들은 전부 민간인이었던 이들이지만 말이야. 해적에게 격렬하게 저항하던 군인과 관료들의 아내, 딸, 그리고 그들의 딸들… 슬픈 일이지.”


벤지가 물었다.


“하나하나 다 물어볼까요?”


앵거스가 대신 답했다.


“그놈이 몇 년째 같은 곳의 창녀만 따먹었다면 건물이 굉장히 화려하지 않겠어?”


카르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군.”


앵거스가 거리 한 쪽을 가리켰다.


“그렇다면 저 건물일 것 같아.”


요크는 그 건물을 보고는 한탄했다.


“모스크잖아… 이 개자식들, 완전히 이 나라 사람들을 모욕하고 있어.”


“가보자, 한번 물어보자고.”


얼굴이 알려진 카르마와 요크, 그리고 화술에 약한 벤지를 골목에 두고, 앵거스가 다가가 입구에 선 경비원(이쪽도 해적이라는 것이 눈에 보였다.)에게 물었다.


“어이, 경비원. 쫙 빠진 아가씨들 좀 있나?”


경비원은 앵거스를 스윽 훑어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너 같은 게 여기 애들을 사겠다고? 널 그대로 팔아도 못 살 걸?”


“겉보기로만 판단하지 마시지, 아가씨들 몇 명이나 있어?”


“듣고 싶냐? 그럼 알려 주지. 10만 베리짜리 22명, 50만 베리 15명, 100만 베리 7명, 200만 베리 2명이야. 비쌀수록 젊고 예쁜 애들이지. 물론 너 같은 것들은 10만 베리도 못내서 저~기.”


경비원은 저 구석의 낡은 건물을 가리켰다.


“저런 구석탱이 건물에서 다 늙은 아줌마들이나 따먹는 꼴이지만 말이야. 너도 가서 그러지 그래? 아니면 이 앞에 남창들 있는 곳에 가던가. 그 면상이면 비싸게 사 줄 걸?”


이 대화를 듣고 있던 카르마가 조용히 말했다.


“거짓말이군. 건물 안에 못해도 47명은 있어. 놈이 여자 하나를 고의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벤지가 물었다.


“어떻게 안 거야?”


“그러게…? 어떻게 알고 있지?”


요크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때, 앵거스가 투덜거리며 돌아왔다.


“쳇, 놈이 들여보내 줄 생각도 안 하고 있어. 뭔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데, 뭔지도 모르겠고 말이야.”


“이곳에 요크가 말한 그 창녀가 있다. 확신할 수 있어.”


“그렇다면 잠입해야 겠군. 그나저나 그건 어떻게 알았어?”


“감이야. 일종의 ‘감’.”


“흠… 혹시 그 여자가 어디쯤 있는지 알 수 있어?”


카르마는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이 위, 3층. 왜인지는 몰라도 느낌이 와.”


“어떻게 올라가려고? 입구는 막고 있잖아.”


카르마는 반대편 건물의 벽으로 달려가더니 그대로 뛰어올라 벽을 박차고 더 높이 뛰어올랐다. 아슬아슬한 순간 칼을 뽑아 벽에 받은 카르마는 가야 할 목표를 바라보더니 밑의 벤지 일행에게 일렀다.


“비명 소리가 들리거나, 내가 신호를 주면 입구에서 난리를 부려줘. 알겠지?”


카르마는 다른 칼도 뽑아 든 다음 벽에 박으면서 천천히 3층까지 올라갔다. 대략적인 목표 지점에 도착했을 때, 카르마는 슬쩍 창문으로 방 안을 바라보았다. 방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을 빗고 있었다. 아직 카르마를 눈치채지 못한 그녀는 분홍색 긴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우아하게 몸을 단장했다. 카르마는 여자의 방에 놓인 가구며 물건들이 굉장한 고급품이라는 것을 알고는 이곳이 시아드가 만나는 그 여자의 방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카르마는 조용히 창문을 열었다. 때마침 바람도 불지 않았고, 창문도 매우 조용히 열려 여자는 눈치채지 못했다. 카르마는 담장을 넘는 뱀처럼 살며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대리석으로 된 바닥은 카르마가 바닥을 디디며 내는 소리를 줄여주었다. 카르마는 조용히 칼을 집어넣고, 살금살금 여자에게 접근했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여자의 분홍빛 머리카락을 건드리는 그 순간, 카르마는 먹잇감을 덮치는 사자처럼 달려들어 여자를 붙들고 입을 틀어 막았다. 여자가 몸부림을 쳤지만, 카르마는 여전히 여자의 입을 틀어 막은 채 화려한 프릴이 달린 침대 위에 여자를 내던진 다음 창 밖으로 칼을 흔들었다. 앵거스가 소리쳤다.


“선장이 성공했군. 가자!”


카르마는 여자의 침으로 축축한 손을 땠다. 여자는 마구 소리를 질렀다.


“이게 뭐 하는 거야?! 넌 누구야! 감히 날 건드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네가 시아드의 전담 창녀로군. 말투만 봐도 알 수 있지? 이름이 뭐냐?”


그녀는 대답 대신 카르마에게 침을 탁 뱉었다.


“너 따위 것에게 알려줄 것 같아?!”


“말로 해서는 안 되나?”


카르마는 손아귀로 여자의 고급 비단옷을 움켜 쥐더니 단숨에 뜯어버렸다. 여자는 더욱 더 분노했다.


“이 천한 것이!! 이게 얼마짜리 옷인 줄 알아?!”


“고급 창녀 주제에 잘도 천한 것 소리가 나오는 군. 어디… 그 잘난 시아드가 올 때까지 그곳도 고급인지 볼까?”


카르마는 바지를 벗은 뒤 강제로 그녀를 탐했다. 그녀의 저항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몇 번이고, 그녀가 저항할 의지를 잃을 때까지 범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1시간 정도 흘렀을 까? 결국 그녀가 의지를 잃고 쓰러지자 카르마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방에 놓인, 장미 꽃잎을 띄운 물병을 들어 물을 벌컥벌컥 마신 다음 대리석으로 장식된 화장실에서 땀에 젖은 몸을 씻었다. 완벽하게 싸울 준비가 완료된 카르마는 분노와 수치심으로 몸을 떠는 여자를 조롱했다.


“그곳은 고급이 아니더군. 이 방에서 고급이 아닌 유일한 것이 네 보지일 줄이야. 안 그래? 고급 갈보 년아.”


여자는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나 카르마에게 다가갔다.


“이 자식! 날 건드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그 분이 와서는 네 그 커다란 자지를 산채로 썰어버릴 거다!”


카르마는 대답 대신 여자의 목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


“잘 알았다. 하지만 전혀 무섭지 않군.”


카르마는 문을 벌컥 열고 복도로 나왔다. 주변의 창녀들이 그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꺄악! 올리비아 님!”


“올리비아 님이…! 빨리 경비 불러!”


올리비아는 목이 졸리는 상황에서도 몸부림을 치며 카르마를 저주했다.


“무섭지 않아? 시아드 님이 오시면 넌 죽은 목숨이야!”


카르마는 건물 1층으로 이어진 난간 너머로 올리비아를 밀어붙였다.


“죽은 목숨이라고? 올리비아…라고 했나? 죽니 마니 하는 건 너 같은 것이 함부로 정하는 게 아니야. 그런 건 그 상황이 닥쳐 봐야 알게 되는 거지. 난 시아드를 죽인다.”


올리비아는 코웃음을 쳤다.


“누굴 죽여? 혹시 네놈, 저항군이라도 되는 거냐? 이 거지 나라를 해방이라도 시키겠다는 건가? 어쭙잖은 영웅놀이라도 하는 모양인데…”


“저항군? 영웅놀이? 해방? 어처구니가 없군. 난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미쳤어?! 아니, 미친 게 분명해, 당신은 미치광이야!"


“미치광이? 그래, 맞아. 왜냐면 난 해적이니까!”


카르마는 끝내 올리비아를 난간 너머로 던져버렸다. 올리비아는 큼지막한 소리와 함께 대리석 바닥에 엉덩이를 찍고 쓰러져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수많은 비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때마침 한 남자가 그 광경을 목격했다. 남들보다 배는 큰 덩치에 반짝이는 장신구를 온 몸에 단 하얀 피부의 남자, 그가 바로 시아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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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창부 올리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