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한 인간이다. 오늘 나의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다.


오전 7시에 기상해서 세수하고 폰을 보고 대충 아침밥을 먹는다. 그리고 9시까지 출근해서 평소처럼 노예같이 일하고 대충 12시에 밥을 먹고 휴식겸 폰질을 하거나 잡담을 떨고 대충 저녁에 회사를 나와서 야근을 하든 회식을 하든 워라벨을 즐기든 하고 놀다가 집에 들어와서 곧바로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몸을 던진다.


사람들은 사회가 험난하다고 말하고 대충 워라벨을 즐긴다고만 해도 ㅅㅌㅊ의 삶을 산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런거 다 의미없다. 정부가 어떻든 정치가 어떻든 사회가 어지럽든간에 갑자기 가정이 무너지고 땅이 무너지고 국가 멸망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결국은 내가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평범하게 보낸 나는 평소처럼 침대에 몸을 던진 후 그대로 눈을 감았다.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나는 초고속으로 꿈세계 익스프레스를 탑승하였다. 그렇게 꿈나라에 도달하니 나는 맑고 푸른 하늘에 바닥이 구름으로 된 뭔가 신성해보이는 곳으로 이동해있었고,  갑자기 이상한 형체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뭔가 종교인들이 섬길법하게 생긴 신성하게 생긴 사람이 나타나서 나를 보고 인사도 안 하고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한다.


"당신은 어떻게 살았는가?"


이렇게만 들으면 뭔가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다. 갑자기 내 꿈에서 갑툭튀한 정체불명의 이상한 놈에게 줄 답변은 단 하나의 단어로 충분했다.


"잘"


나의 답변에 녀석은 성인군자 마냥 1의 놀람도 없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한번 나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럼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녀석은 다시한번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연히 내 답변은 똑같다.


"잘"

녀석은 내 1단어 답변을 2연타로 쳐맞고도 극한의 침착함을 보여주며 또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질문한다.


"그럼 당신은 앞으로도 잘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녀석이 던진 질문 중 가장 뼈때리는 질문이었다. 솔직히 당장은 '잘' 살고 있어도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이 질문에 대해서 만큼은 좀 더 곰곰히 생각해보았고 마침내 녀석에게 말할 답변을 정한 뒤 입 밖으로 꺼낸다.


"그래"


역시 사람은 자신감이 높아야한다. 녀석은 이 답변을 듣고도 계속해서 일관된 모습과 태도를 보여주며 내 의견을 받아들이는 듯 하였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까지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바로 질문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딜레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곧바로 녀석은 타자에게 어떤 볼을 던질지 결정한 투수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지금도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 것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흐음... 이거에 대해서라면 어느정도는 말할 자신이 있었다.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나름 시설도 좋고 월급도 제때 잘 나오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내게 큰 악영향을 줄 정도로 안 좋은 일도 없다. 물론 내 위치가 경쟁이 많은 위치라면 안전하지 않을 테지만 내 위치는 굉장히 안정적인 위치에 있으며 나는 지금 내가 살고있는 이 위치가 굉장히 만족스럽고 앞으로도 그 위치에 머물면서 돈을 모으고 즐기면서 살 것이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던진 답변과 다르게 꽤 길게 말하였다. 그러자 녀석이 처음으로 불편한 듯한 표정을 짓고는 고뇌에 빠진 사람처럼 손을 얼굴 위에 올리며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대로 계속 있으면 녀석의 질문을 계속 받아춰줘야 할 것 같으므로 나는 이 타이밍을 노려 당장 이 꿈세계를 탈출하기 위해 녀석의 위치에서 멀리 달아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달아날 수록 나는 기분이 좋았지만 내가 가는 곳의 배경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나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검은 배경에서 계속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두려움이나 즐거움, 지침, 허무감같은 그 어떠한 감정도 들지 않았고 그저 계속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끝도 없이 달리다가 눈을 떴고 급히 침대에서 일어난다. 폰을 켜보니 시간은 오전 9시


"씨1발 지각이다"


나는 평소 루틴이었던 아침밥과 세수를 패싱한 채 서둘러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와 회사까지 전력질주를 하였다.


아, 참고로 꿈의 내용은 내가 대충 지어낸거라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근데 처음에 말한 내 평소 생활루틴과 지금 늦게 일어나서 지각하게 생긴 것은 팩트다. 시발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