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언제 이 감각을 마지막으로 느꼈나 싶을 정도로. 


세상은 무거움과 단단함으로 가득 찬 연옥이었다. 나의 말은 그들의 침묵에 부서졌고, 내 생각은 그들의 무시에 피가 날때까지 긁혔다. 의무와ㅡ나는 아직까지도 왜 그것이 나의 '의무'였는지 알지 못한다ㅡ일들은 내 발 걸음 걸음을 무섭도록 짓눌렀다. 인간관계는 숨이 막혔다. 그들의 위선과 가식의 장막 뒤에 있는 칼은 너무나도 날카로워서 그대로 베어버릴 것 같았다. 가족들의 고난은 나의 고통이었다. 그들이 내뱉는 한숨은 나를 흔드는 돌풍이었다. 타인의 행복은 나의 고통이었다. 그들의 모습과 지금의 나를 비교하며 한없이 초라해졌고, 잠시 후에는 그런 치졸한 생각을 한 내가 싫어졌다. 창 밖의 세상은 아름드리 빛나는데, 나의 방은 빛 한 조각 없어 어두웠다. 저 빛 쪽으로 가면 나도 다시 빛을 낼 수 있을까.


다시, 몸이 무척이나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