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의 끔찍한 실패 사례처럼 부풀어버린 턱살을 흔들어대며 소리치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커다란 목소리에 웅성웅성했던 회의장이 단숨에 조용해진다. 드넓은 학회 회의장 안에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수많은 이들이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수많은 시선을 딛고 바로선 남자는 모든 것이 당당했다. 모든 이들의 시선 위에 군림한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머리로 가야 할 영양분이 그대로 가지 아니하고 다만 비대한 지방덩어리로 향했으니 가슴이 커다랗다는 것은 곧 머리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의 방증이요, 보기만 해도 눈부신 헤픈 금빛 머리칼은…. ”

 

 그러던 도중이었다.

 

“이의있소!”

 

 이마 대신 아래턱에 주름이 잡힌 남자가 개소리를 논설하고 하고 있을 즈음, 반대쪽에서 초로의 신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남자를 바라보았던 눈빛은 곧 신사에게로 몰렸다. 남자의 연설을 도중에 가로챈 신사의 눈빛엔 타오르는 의지가 서려 있다.

 

“말을 끊어서 미안하네만, 사르베르트 경. 자네의 의견은 형편없소!”

 

 폭탄과도 같은 선언에 남자의 낯빛이 새빨개졌다.

 

 자신의 논리를 부정당한 남자가 무어라 반박을 하기도 전에 초로의 신사가 입을 열었다.

 

“가슴 큰 금발 여자가 멍청하다 하였는가? 어디 감히 신성한 학회의 회의장에서 그런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가! 자고로 가슴이 있기에 지성인이고 여성인 것!”

 

 신사의 말에 사르베르트라 불린 남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 뿐 아니라 회의장에 모인 이들 대부분이 그랬다.

 

 그러나 그들 중 삼분의 일은 신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앞서 사르베르트가 부르짖은 소리에 얼굴을 찌푸린 이들이었다.

 

 그들의 반응을 즐기며 신사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사르베르트 경은 들으시오. 경은 자기 스스로만의 경험에서 나온 편협한 사고로 신성한 회의장을 더럽히고 있소. 혹시 자네의 모친이나 아내의 가슴이 자네의 그 논리처럼 형편없는지 물어봐도 되겠는가? 아, 내 실수했군그래! 경에게는 이미 괜한 사실일 테니. 껄껄!”

 

 신사의 도발과도 같은 언사에 사르베르트의 얼굴은 빨개지다 못해 일그러졌다. 그것을 지켜보던 남자 측의 일원 중 하나가 제 분을 이기지 못해 자리에서 일어서 신사를 쏘아붙였다.

 

“작은 가슴을 모독하지 마시오!”

 

 힘있는 청년의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퍼졌다. 헛소리에 개소리로 쏘아붙여진 신사는 청년을 바라보며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모독이라니? 사실을 말했을 뿐이네만?”

 

“작은 가슴의 미학을 모르는 케인벨 공이 잘못된 것이오. 빈약한 가슴을 탐하는 행위에서 비롯된 배덕감을 정녕 모른단 말이오?”

 

 청년의 말에 좌중이 술렁였다.

 

 혹자는 청년을 선망의 눈으로 보았고, 누군가는 그를 적대시하였으며, 다른 이들은 구태여 그들과 말을 섞으려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놀았다.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들 사이에서 케인벨이라 이름 불린 초로의 신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을 미학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발상 자체가 뒤틀려먹었단 말일세! 애시당초 가슴이 없는 여자는 원숭이나 마찬가지-.”

 

“내 아내의 가슴을 모독하지 마시오오오오옷!!!”

 

 케인벨의 말을 듣다 못한 사르베르트가 절규를 내질렀다.

 

 얼핏 듣기에 비명소리와도 같은 목소리에 회의장의 밖에서 보초를 서던 경비들이 회의장 안으로 들이닥쳤다.

 

“무슨 일입니까! … 어라?”

 

 회의장 안으로 들이닥친 경비병들이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케인벨을 향해 스태프를 치켜든 사르베르트의 모습이었다.

 

“내 아내의 가슴이 모욕당했소외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한 번이면 늙다리 노친네의 노망이라 치부하겠으나 두 번은 도리가 없는 법! 부군된 자로써 이를 어찌하여 참고 있으오리까! 그대들은 들으시오! 나는 오늘 케인벨 공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바요외다!”

 

 사르베르트의 결의에 경비병들이 차마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회의장에 모인 대부분의 이들은 달랐다. 사르베르트가 다진 결의에 모든 이들이 두 눈을 반짝였다. 그 시선들 사이로 케인벨이 발을 내딛었다. 모든 것이 경비병들이 제지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좆대가리는 비틀렸을지라도 긍지 있는 사내로다.”

 

 사르베르트의 앞에 선 케인벨은 개소리나 다름없는 그의 선전포고를 긍지로써 받아들였다.

 

 그 긍지는 곧 마법사, 혹은 연금술사이기 이전에 한 여자의 남편으로써의 긍지였다. 뒤틀린 성욕의 결정체이나 자신의 아내가 모독당한 것을 참지 않는 그의 태도에 케인벨은 경의를 표했다.

 

 그는 말없이 자신이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바닥에 내던졌다. 케인벨의 태도에 회의장이 순식간에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그 결투, 받아들이겠네!”

 

 그렇다.

 

 케인벨이 사르베르트의 결투를 승낙했다.

 

“아니… 이게 무슨.”

 

 그 모든 광경을 보다 못한 경비병이 탄식을 흘렸다. 그 즈음, 멀찍이서 그 둘의 싸움을 지켜보기만 했던 이가 그들의 사이로 들어섰다. 적색 제복을 입은 사르베르트와 푸른 로브를 걸친 케인벨의 사이로 검은색의 망토를 두른 이가 들어섰다.

 

“자, 자. 아무리 그래도 신성한 회의장에서 결투가 말이나 되겠는가? 다만 사르베르트 경은 긍지를 지켰으며 케인벨 공은 긍지를 인정하였으니 이것으로 되지 않았는가. 어서 돌아가서 자리에 앉으시게.”

 

 능수능란하게 그들의 사이로 파고드는 남성은 흑색 마탑의 원로, 비카일라였다.

 

 언제나 늘 해왔다는 것마냥 그들의 싸움을 중재한 비카일라는 머잖아 입을 열어 자신의 의견을 토로했다.

 

“애초에 여성의 가슴이란 허상과도 같은 것이라네. 자고로 여색을 탐하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법… 대세는 남색임을 아시게.”

 

 비카일라의 말은 지금까지 나온 망언들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망언이었다.

 

“자고로 우리가 논하는 성적 이끌림이란 것은 본디 그릇된 개념을 만나 더욱이 증폭되는 법… 허나 성별을 초월하여 가지는 사랑이란 그 무엇보다 숭고하지. 숭고하면서도 그릇된 개념, 이율배반적인 꼴림, 동성애란 즉 그런 것이라네.”

 

 이어지는 비카일라의 말소리에 사르베르트와 케인벨의 표정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개소리와 헛소리를 개 헛소리로 찍어누르는 기적을 선보인 비카일라에게 그드은 경악함으로써 존경을 표했다.

 

 그것은 비단 그 둘 뿐만이 아니었다. 각각 그들의 파벌에 속한 학자들과 경비병들마저 마찬가지였다.

 

 그 자리에서 뻔뻔하게 고개를 치켜든 자들은 비카일라와, 그가 이끄는 나머지의 학자들이었다.

 

“…… 참.”

 

 예로부터, 제도의 학회에서 이뤄지는 회의를 선망하는 학자들은 차고 넘쳤다.

 

 연금술사도, 마법사도, 혹은 그 둘이 아닌 이들이라 할지라도. 가장 박식하며 가장 명망 드높은 마학자들의 이야기를 꿈꾸는 이들은 밤하늘의 별의 개수만큼 있었다. 모래사장에 깔린 모래알의 갯수만큼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상만이 가득한 이야기일 뿐이다.

 

 실제로 이뤄지는 제도에서 가장 명망 드높은 마학자들의 회의란 이런 꼴이었다. 

 

 그런 잔혹한 현실에 소녀는 절망했다. 절망하다 못해 질색했다. 추악한 성적 욕망에 눈이 먼 별들을 바라보며 고깔 모자를 뒤집어 쓴 마녀는 욕지거릴 짓씹었다.

 

“… 병신들.”

 

 뒤에 더 다른 말을 붙일까 싶다가도 소녀는 말하기를 그만두었다. 이 이상 말해봤자 자기 입만 아플 뿐이니까. 대신 소녀는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나는 이만 가 봐야겠소. 오늘 회의는 가급적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군. 이 머저리들아.”

 

 소녀는 제 할 말을 마치고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르베르트에게도, 케인벨에게도, 그렇다고 비카일라에게조차도 속하지 않은 마법사가 말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선 것에 몇몇 학자들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날카로운 시선에도 소녀는 개의치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고들 하시게.”

 

 제 자리에서 얼어붙은 경비병들에게 나름의 인사를 건넨 소녀는 유유히 회의장의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페스타 블랙포레스트. 자그마한 마녀의 소행에 회의장이 얼어붙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즈음. 사르베르트가 다시 입을 열었고.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슴이 작은 여자야말로….”

 

“어허! 가슴이 없는 여자는 원숭이나 다름 없다고….”

 

“다들 조용히 하게! 대세는 남색….”

 

 회의장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습작으로 1화 썼던거 올려봄

옛날에 올린 로지프 할아범이 죽었다 에 나오는 마녀 친구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