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잠에서 깼다. 

아직 해는 커녕 빛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은, 자신이 대식가인 것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그것은 밤의 정점인 듯 하다. 너무나도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은 세상을 커다란 검은색 구슬로 만들었다.

그 어둠 속에 보이는 저 산은 어둠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듯 하다.

"이게 도대체 며칠 째지... 불길한데."

아직 새벽도 오지 않은 어둠 속에서 깬 것은 오늘로 대여섯 날 째다.

그렇다고 다시 잠 속에 빠져들 수도 없다. 어둠이 깊게 물들었지만, 풀벌레는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어댄다.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가 뜨자, 밤하늘의 길잡이를 하고 있던 별들은 서둘러 달아난다.

그리고 잠기운까지 달아난다. 한창 잠에 빠져 있던 사람들은, 해가 뜨자 서둘러 일어난다.

을씨년스러운 새벽이다. 누가 죽었는지, 유난히 붉은 일출이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광장으로 모인다.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열댓 명이나 될까.

"안녕하세요. 이장입니다."

확성기 소리는 바람을 타고 넓게 퍼져, 또 하나의 진동을 만들어낸다. 

"어제, 이 마을에 살인마가 여럿 있다는 신고를 받았습니다."

누구나 놀랄 소식이다. 수다를 떨던 새들도 놀랐는지, 금세 달아난다.

"저희 마을에 살인마는 4명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 마을은 의심 가고 위험한 인물을 추방시키거나, 죽이는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제 맞서 싸우겠습니다."

자기가 뭐라고 맞서 싸운단 건가. 어쨌든 그렇다고는 하네.


그렇게 투표가 시작되었다. 총 17명 있으니, 잡기는 수월하려나.

뭔가 전부터 낌새가 수상하던 30대 남자 한 명이 추방되었다. 조사 결과 시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시 밤이 되었다.

총성이 울려퍼지고, 다시 조용해졌다.

어둠은 그 죽음을 덮으려는 듯, 나뭇잎 소리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둘째 날이 되었다.

옆집 살던 서른하난가 서른둘쯤 되는 아줌마가 죽었다.

회의가 있었다.

"보통 옆집 죽이지 않나요?"

라는 말과 함께, 급격히 물살을 탔다. 시끄러워지다 조용해졌다.

그리고 투표가 시작되었다. 아줌마 옆집 살던 학생 하나가 쫓겨났다.

놀랍게도 살인마였다고 한다.


하지만 또 다시 어둠은 찾아왔고, 죽음의 밤이 되었다.

오늘따라 별빛이 붉은 것 같기도 하다.

총성이 울려퍼지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뭔가 느낌이 달랐다.


아침이 되었다. 14명 모두가 살아있었다.

"무슨 일이죠?"

"아무도 안 죽었네요..."

그 소리는 살인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였다.

전부터 유난히 시끄럽던 40대 아저씨가 추방되었다. 살인마였다고 한다.


다시 밤은 찾아왔다.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총성까지 묻혀버렸다.


"특종입니다아!"

언덕 앞에 살던 한 여자가 신문을 나눠준다. 급히 썼는지 오타가 가득했다.

그 신문에는 "호수 앞에 살던 사람이 보통 살인마였다"고 적혀있었다.

그 덕분에 슈퍼 뒤에 살던 50대 쯤 되는 여자가 죽은 건 바로 묻혀버렸다.

호수 앞에 살던 남자가 쫓겨났다. 시민이었다고 한다.


밤이 되었고, 총성이 들리다가 말다가 했다. 하도 오래 들어서 환청인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살인마는 내 앞으로 찾아왔다.

나는 뭐라 할 틈도 없이 죽었다. 

내 시체가 잘 수습되길... 그리고 저놈이 꼭 죽길... 하며 목숨을 잃었다.


"살해되었습니다. 영혼으로 참가하게 됩니다."

"아악!"

마피아 게임은 오늘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