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먹자. 우선은 봉지를 뜯고 스프 봉지를 열어 조르륵 따른 500미리 물에 푼다. 그리고 그것을 가열하면 라면 끓이기 제 1단계 완료다. 스프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 면과 후레이크를 투하! 취향에 따라 계란이나 치즈 등을 넣으면 라면의 규모는 더 커진다. 필자는 심플하게 계란 한 알만을 넣었다.


    그렇게 적당히, 퍼지지 않도록 끓인 후 식탁으로 냄비를 옮기면 파릇파릇한 라면 한 그릇 탄생이다. 앞으로 이 친구는 내게 자신의 내용물을 먹힐 예정이다. 처음으로 소비하는 재료는 면이다. 아무래도 면이 가장 양이 많고 가볍기도 하니 가장 먼저 먹게 된다. 둘째로는 계란이다. 계란을 건져 먹을 때쯤이면 애석하게도 이 라면의 수명은 얼마 남이있지 않은 상태가 된다. 눈물을 머금고 라면에게 사과하며 계란을 다 먹어치우면 이젠 국물을 먹을 차례다. 몇몇 이들은 국물을 마시지 않고 그냥 버려버리는데, 그럴 경우 싱크대에 뜨거운 국물의 열기가 닿으며 엄청난 양의 김을 방출하게 된다.(상당히 장관이다) 어쨌든 국물을 먹는다고 가정하면(대부분 이 경우를 따른다) 국물의 온기가 목에 전해지게 된다. 그러면서 후레이크도 함께 소비하게 되는데, 아마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맛을 느끼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게 국물마저 전부 마셔버린 냄비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부피는 처음보다 훨씬 줄었으나 여전히 무겁다. 이 냄비는 이제 서서히 식어가며 차가워질 것이다. 우리 모두 사라진 하나의 라면을 위해 잠시 애도의 시간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