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직업이 교도관이었지. 하지만 이제 난 소설가가 되기로 했어.

그래서 난 이 단편소설을 썼어. 이 단편소설을 너희에게 보여 줄려고 해.

이건 내 실제 이야기야.


난 어릴 때 사랑이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었어.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가 없었거든. 한 부모 가족이었지. 단순한 이혼이었어.

사혼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서 아버지께 맡겨졌지.

아버지는 일만 하셔서 사랑을 못 받았고, 학교에서는 엄마 없는 새끼라고 놀림 받았어.

그게 너무 싫지만, 그런 걸로 욕 먹는다는 걸 아버지께 알리기엔 너무 미안했어.


어느 날, 아버지께서 내가 그런 고통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되셨어.

아버지는 내게 희망보다 더 큰 야망을 주셨어.

커서 저런 것들을 복수하라고.

난 그걸 수긍했어.


난 생각했지. 저런 것들을 복수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 차라리 빵에 넣고 통제 시키는 게 진정한 복수 아닐까? 그래서 교도관을 했던 거야. 공무원 시험을 합격하고 보안과에 들어갔어.


그 과정에서 사랑스러운 내 아내와 예쁘장한 딸까지 낳게 됐지. 

가족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유일하게 도와줬던 18년 지기 친구도 날 축하해줬지.

하지만,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어.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셨어. 난 눈물이 다 빠질 때까지 울었어. 정말로, 그때까지 말이야.

다 울고 물을 마시며 다짐했어. 아버지가 말씀하신, 쓰레기 같은 것들을 대갚아 주겠다고.


사건으로부터 시간이 흐른 후, 교도소에 신입 교도관이 들어온 적이 있었지.

난 시간을 알고 있었지만 장난으로 신입에게 물어봤지.

" 야, 지금 몇 시냐? "

" 지금 14시 3분입니다. "


신입이 시간을 말하는 순간, 시간이 멈췄어.

그렇지만 난 움직일 수 있었어.

내가 혼란에 빠져 있었을 때 기분 나쁘게 생긴 검은 연기가 나타났어.

그 검은 연기는 갑작스레 다가오다가 천천히 움직였어.

멈추더니 빨간 눈이 생기며 검은 연기는 신입을 덮치며 사라졌어.

난 놀라움과 두려움을 감출 수가 없었지. 내가 죽였다는 죄책감이 들었거든.


다른 이들에게 알리러 갔어. 그 신입이 나 때문에 죽은 것 같다고.

하지만 모두 오늘은 신입이 들어온 적이 없었다고, 너 잠 덜 깼냐고했지.

너무 무서운 거 아니야? 그리고 정말 최악의 죽음 아니야?

자신이 죽었는데도, 자신이 죽었는지 알아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거 말이야.

아, 아니구나. 자신을 죽인 단 '한 사람' 만은 기억해주네.

아무튼, 이 이상한 상황을 다시 확인해 보고 싶었어.

최대한 죄책감이 안 들도록 무기징역에 선고된 여성 18명을 강간하고 살해한 최악의 연쇄살인범인 박두식에게 찾아갔지.


그 새끼는 날 계속 쳐다봤어. 1분 정도였나? 지나니까 왜 쳐다 보냐고 뭐라 하더라고.

" 뭘 봐요. "

" 교도관이 수용자 감시하는 게 뭔가 잘못 된 건가? 아, 참. 지금 몇 시냐? 시계가 없어서...  "

" ... "

" 몇 시냐고 임마. "

" 3시 반인데. "


걔가 말하자마자 똑같은 일이 일어났어. 검은 안개가 나타나 천천히 움직이다가 멈추더니 빨간 눈이 생기며 박두식을 덮쳤어.

다른 교도관들한테 물어봐도, 친구에게 물어봐도 그런 연쇄 살인마는 존재하지 않았대. 왠지 모르게 행복했어.


이제 완벽하게 정립됐지. 내가 누군가에게 현재 시간을 물어보고 상대가 답해준다면 그 상대는 소리소문 없이 죽는다는 거야.

그런데,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어. 박두식의 부모도 박두식을 모를까? 궁금했지.


그 어떤 곳을 둘러봐도 없었어. 박두식이 살고 있던 집, 그 싸이코패스가 직접 말했던 부모의 집, 그 근처의 집, 대한민국 전체를 돌아다녀봤지만 없었어. 만약 해외로 도망쳤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찍어서 공론화할 수도 있으니 그러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포기했지.


그래. 내 능력에 의해 사람이 죽는다면, 그 사람의 가족은 아예 사라져. 심지어 그 사라진 가족마저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나에게 왜 이런 능력이 주어지는 건지 궁금했지만, 언젠간 쓸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정말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될 연쇄살인마들을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긴 했어. 그런데 또 고민됐어. 만약 그런 인간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내게 주어지는 월급이 적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몇몇 연쇄살인마들은 살려뒀어. 내가 잘 통제하기로 했지.

그러다보니 운동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가족이 있고, 월급도 적지 않게 받고.. 이게 얼마나 행복한 삶이야?


물론 죄책감이 들긴 했지. 하지만 괴물을 죽이는 데에 그렇게까지야.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그 날은 주간 근무만 하는 날이었지. 4시 반에 일이 끝나고 이젠 19년 지기가 된 친구와 술을 먹었지.

꽤 술이 달았어. 그 덕에 많이 마셔서 취하게 됐지. 2차를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친구한테 물어보기로 했어.

무심코 말해버렸지.

" 지금 몇 시냐? "

말하자마자 멈칫했어. 술이 깨버렸고,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지. 말하지 말라고 소리 칠려던 찰나,

" 아.. 지금 7신데? "


시간이 멈췄어.


안개를 막을 방법이 없었어. 친구를 안기만 했지. 그러다가 안개에 빨간 눈이 생기더니. 날 친구에게서 떨어지게 만들었어. 내 친구는 안개에게 덮쳐졌어. 난 그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어. 그가 덮쳐지는 과정이, 정말 느리게 지나갔어. 마치 내가 죽어가는 것처럼, 주마등처럼 지나갔지.


난 절망했어. 날 그렇게 위로해주던 친구가 내게서 사라졌으니.


정말 죽고 싶었지만. 정말로 죽고 싶었지만. 사랑스러운 아내와 예쁜 우리 딸.. 한 번만이라도 보게 된다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집으로 돌아갔지. 내 좆같은 기분이랑 너무 다르게 사람들은 술집에서 북적이며 놀더군.


집에 도착하고 문을 열었을 때, 누구도 날 맞이해주지 않았어.

아내와 딸이 없었지. 그 어디에도.

거실에도, 주방에도, 침실에도, 화장실에도, 베란다에도 말이야.

그리고 깨달았지. 점점 내 아내와 딸에 대한 기억들이 사라졌어.


난 내가 서있던 자리에서 털썩 주저 앉았어.

더 이상 내 아내와 딸은 나에게 가족도 아니었던 거야.

하필 그 이유가 내 19년 지기 친구 때문이었던 거지.


난 미쳐버렸어.

이 감정을 위로해줄 사람도 없었지.

원래 피우지도 않던 담배를 피워 대며 혼잣말했어.

정말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죽여버리고 싶다고.

피우던 담배는 이젠 기억도 나지도 않는 한 여자의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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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지금 몇 시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