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경계 바깥에 백발이 성성한 어떤 노인이 있었다.
그는 인적이 드문 서쪽 산맥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
나무를 통째로 베어 기둥으로 삼은 오두막은, 수십 리 밖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창을 통해 새어 나오는 빛은 등대처럼 밝았다.
그는 스스로를 산왕이라고 자처하여, 뭇 왕들의 분노를 샀다.
그리하여 작은 지방의 영주부터, 홀로 맹수 여럿을 잡은 사냥꾼, 황제의 친위대, 그리고 수많은 용사와 영웅들이 그의 목에 걸린 막대한 재보와 명예를 얻기 위해 산을 올랐다.
그러나 산 아래 대륙이 수많은 왕국으로 쪼개지고, 다시 하나가 되었다 둘로 나뉜 지금까지도 그 누구 하나 돌아오지 못했고, 짙게 낀 안개와 사나운 맹수들, 혹은 높게 쌓인 눈더미가 그들을 집어삼켰다는 이야기만이 저잣거리를 떠돌 뿐이었다.
지금은 그저, 과거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물건을 팔았던 상인들이 지어둔 작은 집들만이 버려진 채 산맥의 입구를 표시해주는 표지판으로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