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하네,

사람은

쉽사리 뜨거워질 수 없는

한결같은 동물.


화분처럼 내게로

매사 끌어당겨 놓고팠던 사람도

결국엔 타원궤도를 그리며,

가까운 듯 비껴가는 아쉬움 만을

있던 자리에 남겨둔다.


싸리비로

그 놓고 기른 화분의

마른 꽃잎을 하나하나 쓸어내면,

얼마나 피워낸 것들이 많았는가가

눈에 들어오면 좋겠지마는.


설 데 없는 줄기의 끝만

창가에서 여리여리 흔들리고 있자니

찬 쓰레받기는 가볍고

빛 드는 창 너머는 묵직하구나.


온기로 그려본 지낼 날들과

이미 떨이낀 지낸 날들이

맞부딪긴 이곳은 더없이 미지근하다.


너는

내게 무엇이었을까.

모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