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의 손도,
그 누구의 입도,
다문 채 살아있을 순 없다.
살아있음을 알리는 호흡이란,
가장 최소한의 시행조차
들이마심과 내쉼의 반복으로 구성되었듯.
그 어떤 것으로써든
다문 채, 혹은 열린 채 이어지는
단조로운 한 음표의 연속에 방점을 찍고,
우린,
동일성이란 밋밋한 벽면에
다름으로 홈을 내어야만 한다.
그리하야, 난 붓을 들어
높이 뻗칠 줄만 알던 가지 곁에
다르게 솟을 새순을 그리네.
검지 같이,
제 홀로 설 힘만 가진 채
하늘만 찌르고 사는 게 아닌,
노루의 뿔 같이,
넉넉히 받쳐 들고 설 수 있는
손 같은 삶을 그려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