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 종이 무더기가 쌓이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책상에서 최종 점검을 하던 편집장을 향해 한 사람이 빠르게 걸어와 속보가 있다고 알린다. 그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편집장은 짜증을 낸다.


A: (짜증에 찬 목소리로) 그래서, 뭐라고?


B: (담담하게) 나폴레옹이 엘바를 빠져나왔답니다.


A: (뜸을 들이고) ..그게 가능해?


B: 어쨌거나 나폴레옹이 빠져나왔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 (커피 한 모금을 마신 후 진정된 목소리로) 일단 하나만 확인하지. 그거 단독인거 확실한가?


B: (어깨를 으쓱이며) 편집장님이 조금만 더 미적거리시면, 곧 아니게 되겠죠.


A: (결심했다는 듯이) 좋아. 빨리 단독으로 띄우지.


B: 헤드라인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  <괴물이 엘바를 탈출하다>. 이걸로 가자고.


B: (우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괜찮으시겠습니까? 혹시라도 나폴레옹이 돌아오면..


A: (점점 소리를 높이며) 괜찮아. 어차피 오스트리아나 프로이센이 나폴레옹이 파리도 돌아오는 걸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 시간 없어. 빨리 찍어!


* * *

똑같은 배경. 남자가 다시 편집장을 향해 뛰어온다. 편집장, 이번에는 하던 일을 멈춘다.


B: (다급히) 방금 툴롱이 넘어갔답니다!


A: 하, 젠장.


B: 이번에는 어떻게 할까요? <악룡의 손에 툴롱이 떨어지다>?


A: (잠시 고민하고) 아니, 이번엔 그냥 찬탈자의 손에 툴롱이 넘어갔다고만 써. 속보로 내지도 말고.


* * *

또 같은 배경. 남자가 다시 달려온다. 편집장은 익숙하다는 듯 남자를 맞는다.


B: 오늘 밤에 파리에 도착한답니다.


A: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헤드는 정해졌군.


B: 무엇으로?


A: (망설임 없이) <황제폐하께서 파리에 돌아오시다>. 당연한거 아닌가?


B: (납득했다는 듯 끄덕이며) 그거 참 중립적인 제목이군요.


A: (깜박했다는 듯) 아, 기사 끝에 '황제폐하 만세!' 붙이는 거 잊지 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