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있는 별을 보자

도시에선 생각도 하지 못했던,

하늘에 흩뿌려진 저 별들을

 자, 한잔 마셔 보자

비록 술을 입에 대지 못한다지만,

그래도 한잔, 이 푸른 하늘을 그리며

한 잔, 바람에 떠나가듯 하는

한 잔, 잔에 비춰진 동그란 그대의 얼굴

한 잔, 이제는 떠나고 내 곁에 없는

당신의 빛에 가려졌던 별들 위해

한 잔 들이킨다

 

 이 한 잔 속에 참 많은 것들이 느껴진다

바닷가의 소금물 한 모금,

깊은 숲속 시냇물 한 모금,

뜨거웠던 당신의 열기 한 모금,

달이 내려준 은은한 달빛 한 모금.

이미 잔은 비워진지 오래다

그저 빛이 사라저 공허한 세상만이

내 앞에 존재할 뿐

나는 쓸쓸했던 하늘을,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깊게 

공허함을 채운 이 별들과

터무니 없는 저 밤하늘을

내 작디 작은 잔 안에 담는다

담아낸 별들을, 나는 망설임 없이

그저 당신이 내린 따뜻함이 그리워

식어버린 낮의 정열 기리기 위해

한 번에 모두 들이키려 애쓴다

하지만 나는 별을 마시지 못한다

별이 있는 어둠만, 

밤의 추위만을 쭈욱, 들이킨다

이미 당신은 떠나고 여기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한결 가벼워 진다

하늘의 어두움조차 다 마시진 못했지만

그러나 마신 어둠이 

날 타고 내리기에 깨달았다

그 어두움이 있기에 별이 빛나리라.

밤이 추웠기에 내일의 햇볕이 따뜻하리라

오늘의 아침이 아름다운 이유는,

달이 밝혀주고 별이 인도한

어제의 밤하늘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걸 깨닫고, 내가 이 잔을 들 때는

저 떨어지는 유성의 아픔 마시려 할 때,

당신이 너무 밝아, 차마 존재조차 몰랐던

그 낙하하는 별의 외로움 달래기 위해,

밤하늘을 함께했던 친구의 작별 위하여

한 잔 들 것이다.

그럼에도 당신을 향한 그리움 

가실 줄 모른다

그걸 안 것인지 밤이 깊어질수록

저 하늘의 별들은 더욱 빛나간다

그러다 홀로 떨어지는 별들은

제 외로움에 취하고

나 또한 이미 없어진 당신의 열기 그리워

밤의 공기에 취해가며

때 이른 이슬 눈에 머금을 때.


저 지평선 끝에서부터

세상을 푸르게 하는 저 빛나는 여명,

황금처럼 빛나되, 황금따윈 비교도 못할

어두움을 삼키고 별을 감싸 안는

저 세상을 뻗어나가는 찬란함이 

세상을 따뜻하게 끌어안는다

기나긴 어둠이 가길 기다렸던 나는

서서히 없어지는 밤이 담긴 

어둡고 또한 찬란했던 잔을 빛을 향해 뻗는다

별이 담겨 있던 외로움과 고독함

밤의 냉기를 담았던 잔에 저 빛을 비춘다면,

그 길디 긴 적막 속에서 보이는 별처럼

봄의 따스함에 사르르 녹는

겨울의 시린 아픔처럼

잔에 담긴 밤이 찬란한 아침의 이슬이 되어 

다하지 못한 별들의 이야기를 대신 빛내주어

내 잔 속에 은은한 추억이 가득 차게 된다면

아마 나는 세상을 한 방울 맛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