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삼진 아웃, 경기 종료!! 투수로 9이닝 무실점 15삼진, 타자로 5타수 4안타 3홈런!! 투타 모든 곳에서 완벽 그 자체! 야구의 역사를 다시 쓰는 이 남자, 그 이름 오타니 쇼헤이입니다!! 그리고 에인절스가 마침내!!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합니다!!"


에인절 스타디움의 4만 5천 관중이 일제히 함성과 함께 기립 박수를 날렸다. 긴 암흑기를 끝내고 20여년 만에 차지한 정상에 대한 기쁨이 애너하임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남자, 오타니 쇼헤이… 그 훤칠한 일본인은 동료들과 함께 거의 밤 세도록 이 기쁨을 나누었다. 

어느새 해가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를 무렵, 숙소 앞에 도착한 그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이미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 중 하나로 꼽히고, 자신이 뛰는 미국, 조국 일본은 물론이고 이리저리 불편한 감정이 있을 한국에서조차 그는 최고의 선수로 칭송받았으며 자기관리와 취미생활, 그리고 워크에씩 등 그는 모두에게 완벽한 초인 그 자체나 마찬가지였다. 일본에서는 이미 우승을 가졌고, 이곳 미국에서도 윈나우 리빌딩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조를 잡은 이 막장팀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왜인지 그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한탄했다.


“뭘까, 이 알 수 없는 느낌은…”


그 순간, 그는 갑자기 몸이 뒤로 확 쏠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느낌이 아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있었다. 몸에서 힘이 급격히 빠지고, 손가락과 발가락부터 차가워지며 감각이 사라져갔다.


‘말도 안 돼… 여기서… 몸이…’


그는 끝이라는 것을 직감하듯 눈을 감았다. 이제 정오쯤 되면 전 세계 신문에 1면으로 기사가, 그리고 뉴스 속보가 뜰 것이다. ‘정점의 순간에 떠난 최고의 야구선수’라고… 그리고! 그는 눈을 떴다. 물론 너무나 깜깜해서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긴… 저승인가?”


“…이여.”


누군가 그를 불렀다.


“누구십니까?”


“위대한 야구선수…”


“어, 어디서 저를 부르는 겁니까?”


“여기다.”


그의 앞에 한 백인 사내가 나타났다. 익숙한 얼굴과 통통한 덩치를 가진 그 남자는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누구십니까?”


남자는 자리에 주저 앉았다.


“신.”


가만히 자신이 신이라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오타니 자신은 신을 믿긴 했지만,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자네가 오타니 쇼헤이?”


“네. 여긴 어딥니까?”


“저승…이라고 답하면 놀라려나? 뭐, 저승은 아니야. 저 뒤로 넘어가면 맞지만.”


오타니 역시 한숨을 쉬며 주저앉자, 신이라는 자가 물었다.


“자네를 쭉 지켜보고 있었네. 마음 한 구석에 풀리지 않는 무언가 있는 거지?”


오타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은 자기 앞에 하얀 문을 만들었다.


자네에게 기회를 주겠네. 이 문 너머에는 평행세계의 자네가 있네. 갓 성인이 되서 한국의 프로야구단에 입단했지. 자네와 같은 키, 같은 체중, 같은 재능을 가졌다네.”


신은 손가락 3개를 펼쳤다.


“3년. 3년 안에 이 팀을 우승시키게. 그렇게 한다면 자네를 원래 몸으로 돌려주겠네. 어차피 현실에선 3초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한국 프로야구… 오타니는 이전 국가대표에서 만난 한국대표팀을 떠올렸다. 그 이대호가 있던 자이언츠일까? 아니면 자길 맞출 뻔 했던 그 투수가 있는 타이거즈? 물론 오타니로썬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할건가, 말건가?”


“하겠습니다. 한 번 해보죠.”


“행운을 비네.”


오타니는 문을 열고 그 너머로 발걸음을 옮겼고, 동시에 눈부신 빛이 그를 가렸다.


“신인, 괜찮아?”


뭔가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시야가 흐렸지만 손과 몸의 감촉으로 자신이 잔디 위에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이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자기 혼자 미끄러졌습니다.”


오타니의 시야가 그제야 밝아졌다. 확실하게 일본이나 미국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유니폼은 오타니가 본 적 없는 유니폼이었다.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좀 쉬어. 다친다. 혹시 코로나는 아니지?”


그제야 오타니의 눈에 구장이 들어왔다. 그리고, 경기장 한 켠에 박힌 로고도 들어왔다. 오타니는 그 구단의 이름을 소리내어 읽었다.


“한화 이글스.”


손목에 찬 시계가 2020년 3월 1일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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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정상 주말이 너무 바빠서 바로 프리스타일 소설 썼습니다.

오타니 쇼헤이 씨에게 악감정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