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불 꺼진 거실

테이블엔 먹다 남긴 잔반 뿐.

가족이란 것들은

태평히도 쳐 자고 있다.

아비란 그저 돈 바치는 꼰대 새끼일 뿐.

존경 따위가 식어버린 국물에

밥 말아 먹고

초라하게 싱크대에 갖다 놓는다.


설거지

수세미에 퐁퐁세제 짜서 거품 내니

싱크대 물 안에 어떤 가시고기가 어른거린다.

난 눈물 지으면서 한탄하니

열심히 사랑해서

살이나 파먹힐 운명이었다면

애초부터 사랑 따윈 하지 않았으리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