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단어 첼린지 - 크리스마스 정전

제시단어: 투신자살, 엑스터시, 헤밍웨이 첼린지, 블론세이브, 크리스마스 정전, 고로아와세, 한겨울, 끈끈이주걱, 개인회생, 꽝꽝나무


“엄마? 크리스마스가 뭐에요?”

 

“응,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란다.”

 

“예수님은 어떤 일을 하셨나요?”

 

“예수님께서는 온갖 기적을 일으키시고 악마들을 내쫒으셨지.”

 

“악마들을 내쫒으셨다고요?”

 

“사실, 예수님의 업적은 성경책에 모두 담아내지 못할 만큼 엄청나시단다.”

 

“우와!”

 

어린 시절, 나는 세상에 악당이라는 것이 있는 줄 알았고 그래서 악마를 무서워했다. 이때 우리 엄마는 나에게 예수님이 악마들을 퇴치해서 평화가 찾아왔다고 이야기를 하였고 이로 인해 나는 악마는 예수님이 다 처리해서 지금 세상은 평화롭게 되었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줬고 나는 단숨에 KBL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30세가 되어 맞이한 크리스마스날, 한겨울이라 장난아니게 추운 날씨에도 불구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거리마다 캐롤이 울리며 수많은 행인과 커플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때 도시에 갑작스럽게 정전이 일어나 순식간에 어둠과 고요의 도시로 변하였다. 이로 인해 도시는 혼란에 빠졌고 여러모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며 사건은 ‘크리스마스 정전’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역사상 전례없는 대형 참사로 기록되었다.

 

뜬금없는 정전에 정부는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온갖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였으나 어느 누구도 도저히 원인을 찾을 수 없었고 도시는 점점 아수라장이 되고 있었다. 

 

야구선수, 그것도 마무리 투수였던 나는 시즌을 마친 후,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던 도중 정전으로 인해 이 거지같은 사태에 휘말리게 되었다. 파티 중에 갑자기 정전이 나다니... 마치 블론세이브를 당한 느낌이었다.

 

할 수 없이 황급히 집으로 달려가던 도중, 나는 뜬금없이 눈 앞에 있는 꽝꽝나무에 꽝하고 부딪혔고 그대로 의식을 잃으며 쓰러졌다. 대체 왜 길가에 꽝꽝나무가 있으며 그 칠흑같은 어둠에서 저 나무를 어떻게 구별했는지, 그리고 내가 이 나무의 존재를 어떻게 아는지는에 대해선 안물안궁이니 알 필요 없다.

 

잠시후, 나는 알 수 없는 검은 공간에 있었고 눈 앞에는 이상한 놈이 있었다. 

 

“너는 누구지?”

 

“나는 크리스마스의 악마야. 이번 정전은 내가 일으켰어.”

 

“악마? 난 악마를 믿지 않아. 내 꿈 속에서 나온 녀석이겠지?”

 

“과연 그럴까? 그럼 이 정전을 10초만 잠시 멈춰볼게.”

 

“지랄 ㅋㅋㅋ”

 

라고 말 꺼내기가 무섭게 갑자기 나는 꿈에서 깨어났고 정전이 순식간에 풀려났다. 이 상황에 나는 손가락을 펴서 10초를 세었고 다 세자마자 귀신같이 정전이 끝남과 동시에 내 머리 위로 꽝꽝나무가 통으로 쓰러져 나는 다시 기절했다.

 

“아니... 그럼 악마가 진짜 존재하는거야? 너 누구야? 사탄? 루시퍼?”

 

“ㅎㅎ 나는 사탄도 아니고 루시퍼도 아니야. 그냥 장난치러 온 요정이지.”

 

“아니 요정이 왜 갑자기 정전을 일으켜?”

 

“시끄럽고 지금부터 나랑 게임 한 판을 하는건 어때?”

 

“무슨 게임을 할건데?”

 

“나랑 헤밍웨이 첼린지를 해서 누가 더 멋진 글을 쓰는지 시합해보는거야! 니가 이기면 이 정전을 풀어주고 내가 이기면 이 도시 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를 어둠으로 물들일거야.”

 

“알았어. 근데 헤밍웨이 첼린지가 뭐야?”

 

“헤밍웨이 첼린지란 제시한 단어 몇 개로 한 문장의 문학을 만드는 것을 말해. 각자 단어 제시는 서로가 하는 걸로 하고 그렇게 해서 더 멋진 문장을 만드는 쪽이 이기는거야.”

 

“그래? 그럼 내가 이기면 이 정전을 풀어줘”

 

“알았어. 대신에 내가 이기면 이 도시를 넘어서 전세계에 정전을 일으킬거야.”

 

이로써 크리스마스 정전을 놓고 건 헤밍웨이 첼린지가 시작되었다. 이 전쟁의 선공은 나였다.

 

“야! 얼른 단어 제시해라.”

 

“단어... 고로아와세”

 

“??? 고로이와세? 도대체 뭔 오타쿠같은 단어야?”

 

“오타쿠 단어 아니거든? 그리고 고로이와세가 아니라 고로아와세다.”

 

“그러냐? 그럼 나도 까다로운 단어 낸다. 세신사”

 

“헐”

 

“자, 내가 먼저 문장을 만들게”

 

녀석은 곰곰이 생각하며 자신의 문장을 만들어냈다.

 

 "사악한 적 그리스도에 맞서 크리스마스를 고로시를 하겠세"


"설마 이게 끝이니?"


"그렇다."


"와... 역시 악마다운 문장력이다. 나도 문학 잘 모르는데 너는 문학 자체를 소화하지 못 할듯"


"그럼 니가 해봐"


"그래"


나는 그동안 쌓아온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여 문장을 만들어냈다.


"위대한 세신사가 악마들로 부터 크리스마스를 구한다."


"세신사? 너 세신사 아니잖아?"


"우리 엄마가 세신사다 등신아"


"뭐?"


곧바로 나는 주머니에 감추고 있던 야구공을 꺼냈고 강력한 직구로 악마의 머리를 맞추는 데 성공했다. 직구에 정면으로 맞은 악마는 쓰러짐과 동시에 저 멀리로 사라졌고 나도 알 수 없는 힘으로 인해 빨려들어가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잠시 후, 깨어나보니 병원에 있었고 눈 앞에 하얀 의복을 하고있는 저승... 아니 의사양반이 있었다.

 

”여긴... 대체 어디죠? 제가 왜 여기있는 겁니까?“

 

”아 안심하세요. 환자분께서는 잠시 기절해 환각 상태에 빠지셨습니다. 이를 의학 전문용어로 ‘엑스터시 상태’라고 부르지요. 조금만 휴식을 취하시면 바로 퇴원하실 수 있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병원비는 얼마나 나왔나요?“

 

”어... 음... 그게 환자분의 상태를 치료하기 위해 온갖 약을 동원하였으나 아무런 약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멀리 안드로메다에서 구한 끈끈이주걱 액으로 제작한 특제 약을 방금 사용했는데 한방에 먹히더군요. 때문에 병원비가 꽤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 얼마죠?“

 

”총 합쳐서 1조원입니다.“

 

”네?“

 

지금까지 받은 연봉을 싹 다 긁어모아도 나오기 힘든 수준의 금액이었다. 나는 금액을 듣고 순간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투신자살을 할까 생각하였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구를 구하고 자살하는 건 아닌 것 같아 급히 개인회생 신청을 하여 겨우겨우 목숨줄을 붙잡았다.

 

이로써 나는 지구를 구한 대신 나를 구해야 하는 특명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씨발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