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소. 처음에는 가랑비였소.

조금만 젖어도. 금세 말랐으니 그냥 두었소.

그렇지만 조금씩 두니 물 비린내가 나는 구려.

싫은 냄새는 아니었기에 그저 두었소.


비가 더 내렸을 때에도 그저 두었소.

말랐지만 냄새는 더 심해졌소.

그러나 겉은 말라서 멀쩡하더라도

속은 점점 젖어가는 걸 몰랐소.


오랫동안 그렇게 두니 더 이상

더 마르지 않는 구려. 

물 비린내도 빠지지 않는 구려.

잘 모르겠소. 이걸 보면 버려야 하지만.

말리는 것도 못하고 더 젖어가는 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