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세상에 절대적으로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영원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영원한 사랑, 영원한 마음, 영원한 행복, 영원한 약속. 비물질적이고도 추상적인 것. 그럼에도 존재하리라 믿고 우리가 표상하는 그것들에 우리는 흔히 영원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아마, 그것은 변하지 않는 것을 향한 우리들의 동경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영원은 곧 동경입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 속에 사는 우리가 끝없이 찾아 헤매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이상의 안식처입니다.
우리는 영원하지 못하기에 영원을 꿈꿉니다. 죽음이 두렵기에, 상실이 두렵기에 영원을 꿈꿉니다. 변하는 스스로가 두려워, 변하여서 잃어버리는 것들이 두려워, 변하여서 변해버리는 모든 것들이 두려워 영원을 꿈꿉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는 세상에 진정으로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부르짖는 영원한 사랑도, 영원한 생명도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의 눈을 가립니다. 서로의 사고를 제한하고, 그저 셀 수 없는 것에 불과한 것들에 영원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칭송합니다. 우리들의 영원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아아, 우리들은 모두 거짓말쟁이입니다. 진정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하다 믿고, 영원이라는 개념을 너무도 쉬이 입에 올리며 그 가치를 깎아내립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가 믿는 영원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비록 그것이 진정하지 않음에도, 우리가 영원하다 믿고싶은 그것들은 이다지도 아름답습니다.
언젠가 끝을 맺을 사랑을 영원하다 믿는 것은 얼마나 달콤한지.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유예하고, 자식에게 아빠는 영원히 살거라 단언하는 그 모습은 어찌나 보기에 흐뭇한지.
그렇게, 영원하지 않은 것을 조금이라도 영원에 가깝게 만드려는 그 시도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로 하여금 그 모든 것들 시도하도록 충동질하는 우리의 이기심은, 그 얼마나 인간적인지.
그렇게 필멸 속에 살며 영원을 좇는 우리는, 또 얼마나 잔혹하고 가여운지. 당신은 생각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꽃을 말려 죽여 얻어낸 아름다움이, 꽃을 온갖 용액에 담궜다 빼며 얻어낸 아름다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당신은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우리가 잔혹히 만들어낸 그것들은 그렇게나 아름답습니다. 언제나 진실을 외면하며, 때로는 그 생명을 앗아가며, 때로는 이미 떠난 생명을 살아있는 것으로 꾸미며 얻어낸 그 영원은 이다지도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잔혹할지언정, 인간적입니다. 언제까지고 이기적이고 두려워하는, 우리가 영원하다 믿는 것들보다 먼저 이지러질 인간이기에 우리는 그리 행할 수 있습니다.
영원은 언제나 남겨진 사람들의 몫입니다. 이미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는 딱한 사람이 행복했던 시절을 기억하며 떠올리는 것이 영원입니다. 영원을 약속한 연인이 떠나버림으로서 비로소 그것이 영원하지 않은 것이었음을 깨닫고, 자신이 믿어왔던 영원이 실제론 그러하지 않았다는 것에 괴로워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죽어버린 반려동물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며 바라보는 가족사진에 담긴 것이 영원입니다. 꽃이 지는것에 슬퍼하여 손수 그 숨을 앗아 말리고 보존한 결과가 영원입니다. 남겨진 이들은, 그렇게 영원을 만들어냅니다. 이미 지나버린 것들을, 언제까지고 보존하기 위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들의 영원입니다.
...아니. 그것은 '나'의 영원입니다.
나는 그렇게 밖에 영원을 찍어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아직 가진 것이 남은 이들은 그것들을 잃을까 두려워 하며 영원을 만들어내지만, 이미 모든 것을 잃은 나는 그것들을 잊을까 두려워 영원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당신과 찍은 사진을 쓸어 올리며 당신을 추억합니다. 당신은 이미 떠났지만, 사진 속의 순간은 영원하기에. 적어도, 그리 믿고 싶기에.
당신이 선물했던 꽃과 똑같은 꽃을 온갖 용액에 담궈가며 보존합니다. 당신은 이미 떠났지만, 당신과 나눈 추억들은 영원하기에.
당신의 목소리가 담긴 휴대폰을 버리지 못합니다. 당신이 뿌리던 향수를 버리지 못합니다. 당신이 예쁘다 칭찬해준 머리핀을 버리지 못합니다.
내 방에 가득찬 모든 것들이 영원하지만, 다만 당신만이 영원하지 못합니다. 당신과 함께한 모든 것들이 영원하나, 다만 당신만이 영원하지 못합니다.
이 많은 아름다움 속에서, 다만 당신만이 영원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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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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