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은
그 무엇 하나 곁에 두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든 것을 집어삼킴으로써
살아간다
사랑하는 이도
사랑받을 이도 없다
생은 모두 그의 발자취에
밝은 미소 하나 남기지 못하고
다만 한 줌 잿더미로 으스러질 뿐
이토록 고운 세상에
산뜻한 상광으로 밝은 두 눈 떴으나
그의 샛노란 안광에는
처절한 몸부림과 절망만 보이고
어미가 그의 자식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 하나 보이지 않는다
아
그는
오늘도 생을 찾아 거침없이 불타오르고 방황하나
먹구름 피어오르고 모다깃비 내리기 시작하면
그가 이 땅에 떨어진 날부터 미친 듯이 갈망하던
그 작은 사랑 하나 찾지도 못한 채
초라한 연기만 남기고
사라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