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사람 한 점 없다

지나가는 승용차 한 대 없다

적막하다

공중에 덩그러니 매달린

고장난 신호등 하나

빨강-파랑-빨강-파랑

정신없이 깜박거린다


안개비 내린다

내 뻑뻑한 정장에 비가 스민다

소쩍새처럼 날아오르지 못하고

허공에 매달린 신호등

아직도 깜박거린다


이 딱딱한 재킷을 벗어 던진다

번듯한 넥타이도 벗어 던진다

그리고

차도를 걷는다

비가 온다

도로에 물웅덩이가 생긴다

구두도 벗어 던지고 뛴다

물웅덩이가 튀어오른다

셔츠가 축축해진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죽어버린 신호등 하나 잠겨있다

칙칙하고 초라하다

볼품 없다


두 팔 벌리고

어린 시절 어두운 밤길에 우연히 봤던

어느 한 광인의 마지막 춤을 춘다

물이 뚝-뚝-

떨어진다


맹렬한 웃음이 입가에 올라온다

웃음소리가 커진다

춤을 아무리 춰도

전혀 지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