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살던 집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면 작은 숲이 있다

 

몸이 좀 큰 지금은 끝에서 끝까지 도는 데에 10분도 걸리지 않지만키가 지금의 반만 했을 적에는 이곳에서 해가 질 때까지 놀곤 했다.

 

흥미로운 놀거리라고는 숲을 가로지르는 물줄기뿐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그리 즐거웠나 싶다.

 

그때의 난 누구와또 무얼 하고 놀았는가하고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것들은 모두 흐릿한 기억뿐.

 

그러나 분명 누군가가 있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상하게도옆집 할머니에게 그 누군가에 대해 자랑했던 날의 기억만은 생생하다.

 

언제나 인자한 웃음을 띠던 할머니의 얼굴에는묘한 이그러짐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아마 슬픔이나 회한에 가까운 감정이었던 것 같다.

 

할머니는 금세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면서내게 붉은 사탕을 두 개 주셨다.

 

하나는 내가 먹고다른 하나는 같이 놀던 아이에게 주라고 하셨지만그때의 난 욕심쟁이였다.

 

숲까지 반 정도 왔을 때난 그만 할머니의 말을 무시하고 나머지 하나를 마저 먹었다.

 

냇가까지 들어와 그 아이와 다시 마주쳤을 때, 나는 어째서인가 그대로 까무러치고 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이미 해가 진 이후였다.

 

평소에는 일 때문에 바쁘시던 부모님이옆집 할머니와 함께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고 계셨다.

 

그때는 내가 사탕을 둘 다 먹어버려서 화가 나신 줄만 알았기에사탕을 둘 다 먹어 버렸다고 털어놓은 뒤 호통이 들릴까 무서워 눈을 꼭 감았다.

 

그러나 부모님은 말없이 날 꼭 안아주시면서연신 고맙다다행이다라고만 말씀하실 뿐이었다

 

그 이후로 난 그 숲의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한 달쯤 뒤에는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가족이 멀리 떨어진 도시로 이사를 하기도 했고.

 

그 뒤로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학교에 다니고직장을 다니며 숲과 그 아이에 대한 일은 자연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직접우리 집 현관을 두드리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