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 동생이구나."



어머니 돌아가시고 높으신 분이 찾아왔다.


필히 옆집 감씨 아줌마가 떠벌린 것이리라.


그 재수 없는 아줌마. 언젠가는 나불댈 줄 알았다.



"반갑다. 네 누나다."



머리에 왕관까지 쓰고 있는 '아주 높으신 분'.


그 양반은 스스로를 그렇게 소개했다.



"이복 누나지."


"이복 누나?"



나이는 나와 대여섯살 정도 차이 날까.


방년의 꽃다운 나이의 누님이 내게 물었다.



"너, 나이는 어느 정도냐?"


"저... 10살."



멋대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맥을 추지 못하였다.


누나는 "그러냐?" 라며 뭔가를 고민하는 듯 했다.


누나의 곁에는 큰 칼을 찬 무사가 셋 있었다.


나는 그 중 가장 높아보이는 자에게 물었다.



"아저씨들은 누구에요?"


"왕자님, 말씀을 낮추십시오. 저흰 한낱 근위병입니다."


"저 사람이 진짜 제 누나예요?"


"예. 왕자님께선 선왕 폐하가 남기신 자제 분이 틀림 없으십니다.

말인즉슨 현 국왕 폐하의 배다른 동생이란 것이죠."


"어떻게 알아요?"


"왕자님의 보검에 새겨진 그 문양은 왕가의 문양입니다."



'죽은 아버지가 남긴 칼' 이라며 어머니가 남겨주셨던 검.


먹고 살기 바쁠 때 팔아먹지 않은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었다.



"원체 선왕 폐하와 똑닮으시기도 하셨고요."


"전 이제부터 어떻게 돼요?"


"그야 네 선택에 따라 다르겠지. 넌 어쩌고 싶으냐?"



누나가 끼어들었다.


뭘 결심한 건지 후련해졌다는 표정이었다.



"여기서 계속 한적하고 조용히 살 수도 있다.

궁에서 호화롭게 사는 방법도 있겠지.

어느 쪽이 끌리더냐."


"저는-."



망설일 이유가 있겠느냐.


어머니는 죽었다.


한창 어린 마음에 처음 본 방년의 누님은 아름다웠다.


집에 남은 돈은 없었다.


먹고 싶은 건 많았다.



"저는... 궁에 가고 싶어요. 궁에서 살래요."


"그래? 그렇구나. 후회는 없느냐?"


"네. 꼭 궁에 가고 싶어요."


"물러들 가라."



누나는 무관들을 물렸다.


"너무 잔인한 처사이옵니다 폐하!" 라며 한 무관이 아뢰었다.


누나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내 물러가라 이르지 않았더냐."


"하오나...."


"어명이다.

여기서 본 것, 그리고 볼 것. 전부 잊어라.

불복하는 이는 저잣거리에 거꾸로 매달아두겠다."



국왕의 섬뜩한 경고.


근위병들은 별 수 없이 따르는 수 밖에 없었다.


나와 대화를 나눴던 아저씨는 무겁게 고개를 떨궜다.


보기 싫은 사건을 외면하듯이.


어리둥절해져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는 어느샌가 주먹에 쇳덩이를 두른 상태였다.



"이 꽉 물어. 싫으면 말아도 상관 없다만."



파악- 하고 주먹이 명치에 꽂혔다.


누님의 주먹이었다.


나는 입만 벌리고 바닥에 쓰러졌다.



"시건방진 놈. 보검 좀 받았다고 왕위를 노려?"



뭔가 오해가 있던 모양이었다.


고깃국과 쌀밥이 먹고 싶었을 뿐인데.


누나는 10살짜리 어린 아이의 몸에 꼭 죽지 않을 만큼만 주먹세례를 퍼부어주었다.


그날 처음으로 까무러쳤다.


아슬해지는 의식 너머로 누나와 근위병의 말이 들렸다.



"정녕 왕자님을 죽이실 생각이십니까?"


"죽이진 않는다. 그래도 미래를 위해 불안은 잘라둬야지."


"하면...?"


"왕궁 지하 감옥에 가둬라.

내 차차 '교육' 시킬 테니.

아, 미치광이 놈이 독방에 갇혔단 소식도 떠벌려둬라.

그럼 놈이 무슨 말을 떠벌려도 괜찮겠지."


"...."


"왜 그러느냐? 난 현명하게 행동한 거다.

괜히 인심 베풀다 발등 찍힐 일 있느냐."


"알겠습니다. 왕자님은 분부하신 대로 옥에-."


"왕자님이라 하지 마. 누가 들으면 어쩔 셈이냐."


"그럼 어찌 할까요?"


"오늘 와서 집 꼬락서니를 보니 알거지 녀석이 아니냐.

'그지' 라고 불러라. 그지."



여기까지가 누나와의 첫만남의 기억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런 먼 옛날의 일은 기억하여도 극히 최근의 일은 기억 나지 않곤 한다는 점이다.


오늘 밥은 무얼 먹었던가.


꽤 호화로웠던 기억이 나는데.


스프였던가.


맞아. 스프였다.


몇개월 만에 먹는 건지 모를 스프.


아무래도 머리를 맞아서 순간적으로 기억이 희뿌얘졌었던 모양이다.


아까운 스프가 입에서 쏟아졌다.



"케흑! 콜록콜록. 누, 누나 살려주... 살려주세요!"



옥에 투옥된 이후로 몸은 어지간히 자랐다.


나만이 자란 건 아니었다.


8년의 시간이다.


누나도 충분히 자랐다.


근 몇년 들어 때리는 게 점점 아파지고 있다.


운동이라도 하는 걸까.



"누나라고 부르지 말라 했거늘."



누나의 폭행이란 게 참 기발하다.


누가 볼링공을 폭행에 쓸 생각을 하겠는가.


누나는 볼링공을 내 복부에 메다꽂았다.


대리석의 차가운 감촉이 불쾌하다.


밥은 적게 먹을 걸 그랬다.


자꾸만 게워내게 된다.



"폐, 폐하."



누나 비위를 맞춰주고도 몇번을 더 얻어맞았다.


옥 바닥에 지쳐 쓰러진 날 보고서야 누나는 구속 마법을 풀어주었다.



"또 오마."



달갑지 않은 재회의 예고를 하며 누나가 떠났다.


누나가 감옥을 자주 오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일주일에 2번 정도다.


아, 최근엔 듣자하니 혼담이 깨질 때마다 오는 듯했다.


하긴 일국의 왕이 20 넘고도 처녀면 성격이 괴팍해질 만도 하지.


아님 괴팍한 성격 때문에 20 넘고도 처녀인 걸 수도 있고.



"빌어먹을."



손톱으로 감옥 벽을 긁었다.


아무 것도 긁히지 않았다.


2년 전, 탈옥시도 하다 걸렸을 때 감옥이 바뀌어서이다.


신중히 해야했는데.



"빌어먹을."



빛이 거의 안 든다.


방향감각도 없다.


다시 탈옥을 시도하려 해도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절규할 힘도 없다.


방금 먹은 저녁을 다 게워냈으니.


배고프다.


아프다.



*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편안했다.


배는 고프지만 아프지 않았다.


푹신푹신하고 아늑한 게, 예전 어머니와 함께 살 때를 떠올리게 하였다.



"그럴 리가 없지."



눈은 감은 채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돌연 누군가의 손이 다가왔다.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 여성의 손 같았다.


엄마 손 같았다.


엄마....



"엄마?!"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옛 아늑하던 때로 돌아온 건가 싶었다.


손을 붙잡힌 여성은 훨씬 주름이 자글자글하였다.


여성은 호호 웃었다.



"폐하. 엄마라뇨. 유모에겐 과분한 칭호이십니다."



이런. 잠에 취해 부끄러운 짓을 했구나.


엄마가 아니라 유모랬다.


말을 듣고 나서 3초 쯤 지나서야 기이한 점을 깨달았다.


나 유모 없었잖아.


눈이 쟁반만 해져서 내 몸과 누워있던 곳을 확인했다.


몸에는 치렁치렁한 여성용 잠옷이 있었다.


크고 고급진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폐하라 했다.


발을 서둘렀다.



"엄, 아니 유모! 거울, 거울 있으면 하나만 줘요!"


"여기 있습니다 폐하."



유모가 휴대용 거울을 꺼냈다.


잽싸게 가로채 안을 보았다.


때깔만은 고운 금발, 어릴 적엔 무척 신묘해보였던 푸르고 깊은 눈.


한 나라의 왕 답게 산해진미를 어지간히 뜯어먹은 건지 핏줄도 내비칠 법한 투명한 피부.


거울 속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누나였다.


누나와 몸이 바뀐 것이었다.



"기회인가."



일국의 왕에 합당한 사치스런 식사를 마치고 생각했다.


기회 같긴 했다.


아마 지금도 왕궁 지하 깊숙한 곳에 유폐되어 있을 내 몸뚱이.


누나 몸에 들어온 건 다행이지만 이 기적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지금 이 참에, 누나의 영혼이 돌아오기 전에,

내 몸뚱이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 놓으면?


요컨대 변방의 어딘가 한적하고 물 좋은 곳에 적당히 보내놓는 것이다.


현재의 나는 국왕이 아닌가.


괜찮은 계획이었다.


근위를 불러 물었다.



"동생... 아니 '그지' 는 옥에 있나?"



참, 누나는 날 '그지' 라고 불렀지.



"있기야 합니다만... 어제 가셨는데 또 가시려고요?"



무관이 썩은 눈을 하였다.


폭행을 하러가는 거라 판단한 것일까.


지하의 끝을 향했다.


빛이라곤 아침 9시에 쥐똥만큼 들어오는 햇빛을 제외하곤 일절 없는 어두운 옥.


램프의 불꽃이 꺼질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물러가 보거라."



내가 있었다.


허기와 좌절에 검어진 내가.


내 몸뚱이를 두눈으로 보고, 근위병을 물렸다.


근위는 끝까지 경멸의 눈으로 노려보다가 발을 뗐다.


저 눈을 본 게 내가 아니라 누님이었다면 노발대발했겠군.


옥 안으로 들어갔다.


나의 몸은, 나의 남자로서의 본래 몸은 차고 불쾌한 돌 바닥에 누워있었다.



"이봐."



몸을 툭툭 쳐보았다.


옥에 오기까지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내 원래 몸은 혼이 빠져나가 시체처럼 변했을 가능성도 있겠고

아니면 평소의 나와 똑같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전자면 골치 아프겠는데. 신진 대사 같은 문제 생기는 거 아냐?"


"으으음."



몸뚱이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다행히 전자는 아닌 모양이었다.


설명이야 귀찮지만 둘 중에 고르라면 후자가 나았다.


옥 안의 왕자가 눈을 떴다.


왕자, '나' 는 가만 '누나의 몸' 을 관찰하다가 더듬었다.



"변장 같지도 않고, 속임수 같지도 않고.

... 꿈인가?"


"그게 무슨 말이니 동생아."


"동생?"



'나' 가 내 몸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좋지 않은 예감이었다.



"내 몸! 왜 내 몸이 이런 거지 녀석 몸이 된 게야!"


"... 너 설마 누님이냐?"



한마디로 알 수 있었다.


내가 누님이 되었듯, 누님은 내가 된 것이었다.


상황 파악이 되자마자 머리를 굴렸다.


나는 누님이다.


일국의 왕이다.


누님은 날 괴롭혀왔다.


해야 할 일이 정해져있었다.


피신이나 유배 등의 물렁팥죽 계획은 더 필요 없었다.



"이 년!"



있는 힘껏 누님의 뺨을 후려갈겼다.


당혹감에 어리둥절해 있는 누님의 볼을 몇번 더 걷어올렸다.



"너, 너 이 썩을 년. 인간쓰레기!"



누님도 반격을 하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너 이... 천 것이!"


'치잉!'



어느샌가 팔다리에 마력의 사슬이 채워져있어 누님은 자유로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누님이 언젠가 내게 걸어두었던 구속 마법이었다.


노예가 주인에게 반항할 수 없단 내용이던가.


'아뿔싸' 하는 얼굴이었다.



"천 것은 지금 누님이란 말이오!"


"갸아윽...!"



힘차게 아랫배를 걷어차자 누님의 표정이 뭉개졌다.


내가 얻어맞던 때의 얼굴도 저런 얼굴이었을까.



"8년! 8년이오 누님!

사람을 8년 동안 창살 안에 가둬놓고 구타를 한단 말이오!"


"그만, 그만 해라 상놈아!"


"상놈은 얼어죽을, 오늘은 내가 왕이오!"



누님과 처음 만난 이래 8년간 형제 싸움이라곤 한번도 없었다.


싸움이란 서로 간의 폭행이 대등할 때나 의미를 지니는 단어이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주먹 찜질을 당하면 싸움이 아니다.


폭력이지.


오늘도 싸움은 아니다.


폭력이다.


단지 주체가 바뀌었을 뿐이다.


누님이 내게 휘두르는 것에서, 내가 누님에게 휘두르는 걸로.



"누님 독 먹어본 적은 있으시오?"


"저, 전에 내성을 키우기 위해 마신 적 있다."



누님의 눈빛이 한결 누그러졌다.


실컷 맞고 힘이 빠진 걸테지.



"칼은 맞아본 적 있소?"


"그건 없느니라."


"잘 됐군. 난 천한 놈이라 참신한 방법은 떠오르질 않았는데."



옷에 있던 핀을 뽑았다.


핀의 바늘은 길고 말끔했다.


시험해보진 않았지만 찌르면 잘 들어가겠지.



"칼은 아니어도 들어가면 느낌이야 비슷할 게요."


"멈추어라. 멈추... 아악!"



어깨를 움켜쥐며 누님이 외쳤다.


살짝 긁힌 걸로 난리는.


지는 더했으면서.



"이, 이 몸은 네 몸이 아니더냐.

그리 막 대해도 되겠느냐!"



말에 설득력이 있었다.


누님을 보고 이성이 홀연히 끊어졌었지만 내 몸이었다.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게 이 괴현상이었고.


마구잡이로 때리고 찌르는 건 좋은 복수가 아닐 터였다.


누님에게 앙갚음을 할 수 있으면서도 내 몸에는 이상이 가지 않는 방법.


그런 책을 고안해야 했다.


돌연 떠오른 바가 있었다.


누님의 목을 잡았다.


그리고 옷을 벗겼다.


나도 따라 옷을 벗었다.


누님의 얼굴이 붉어졌다.



"누구 앞에서 알몸을 보이느냐, 무엄한 녀석!"



누님의 몸은 노처녀치곤 괜찮은 몸이었다.


위나, 가운데나, 아래나.


누님을 밀어 바닥에 자빠뜨렸다.


나는 누님의 몸 위로 올라갔다.


나신이었다.


내 의도를 파악한 누님의 얼굴이 푸르게 식어갔다.



"아, 아니 된다. 내려오지 못하겠느냐!"



이젠 애원 밖에 못하는 누님의 꼴이 애처롭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였다.


나는 누님의 '설마' 에 못을 박아주었다.


이제는 반말로.



"누님 아직 처녀지?"


"처녀가 무엇이더냐."


"남자랑 잔 적 없지?"


"국정에 바빴으니까."


"성격이 괴팍하다 했지. 잘 됐네, 내가 누님 처녀 떼줄 테니."



누님의 몸 안에 내 몸 일부를 집어넣게 하였다.


다리 사이가 찢기는 느낌이었다.


어금니만 물고 아프지 않은 척 하였다.


누나를 괴롭힐 의도인데 내가 괴로워하면 본말전도다.



"어디 열심히 지켜봐봐. 누나 몸이 임신하게 되는 꼬락서닐."



미혼자가 어느날 덜컥 애를 낳으면 어찌 될꼬.


상상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듯 하였다.

떡방아질을 하였다.


인체의 떡방아질.

방아를 찧을 적마다 누님 몸의 두툼한 흉부 두덩이가 추잡스레 흔들렸다.


"누님 몸 아니랄까봐 외설적이고 지저분하구려."

"나와라. 저리 가, 썩 물러가란 말이다!"



호통 도중 누님이 말을 멈추었다.


다리 사이로 따뜻한 액체가 흘렀다.


배에 미처 다 담지 못한 게 삐져나온 모양이었다.


누나가 지친 한숨을 쉬었다.


누나를 덮치는/덮치게 하는 의도는 두가지였다.


한숨 좀 쉬었기로서니 끝낼 이유가 없었다.



"누구 맘대로 끝내."



위에 올라탄 채로, 힘이 빠지려는 누나를 재촉하였다.


몸으로. 누나의 볼기로.


가차 없이 위에서 아래로 찍어내렸다.


누나는 아랫도리만 다시 기운을 되찾았다.


상반신은, 얼굴은 한차원 헬쑥해진 듯 보였다.



"누님 그거 아시오?"


"뭐... 뭘?"


"누님은 입때껏 여자였으니 모르겠지만, 여자랑 달리 남자에겐 재사용 대기시간이란 게 있소."


"무우, '무엇' 의 대기 시간이냐."


"'무어' 겠소, 작금에 이르러서야 내가 말을 꺼낼 화제는?"



남자 신체에 걸린 재사용 대기시간이면 뻔하지.

있는 힘껏 쥐어짜냈다.


누님의 몸으로 양기를 두 번째 뽑아냈다.



"내 주장이야 간단하오."



누님 몸의 입을 움직였다.


아래에 깔려있는 내 몸의 입과 부딪히게 하였다.


난 누님의 첫키스도 더럽혀 짓뭉개버릴 생각이었다.


정조에 이어서.



"두 번까진 그럴 수 있소.

한데 이렇게 사정 없이 뽑아내면 슬슬 고통스럽기 시작한단 거지."


"아, 으, 끄으윽...."


"계집애 같기는. 내가 그 몸일 땐 4번까지도 뽑아봤소. 엄살 피우지 마시오."



참 밉살스러운 인간이다.


얼마나 밉상이었으면 괴롭히는 데에 이리 흥분이 될까.


단순히 기분이 좋고 마는 정도가 아니었다.


가려운 곳을 긁는 해방감과 고양감 따위가 아울러 몰려왔다.


일순간 머릿속이 희게, 모든 풍경이 지워졌다.


나도 이번으로 세 차례였다.


새로운 성벽이 생길 것만 같았다.


이 가증스러운 몸뚱이로 내가 느껴서는 아니리라 믿는다.



"아으... 후으."



흥분에 최고조에 재차 다다른 누님은 우스꽝스러웠다.


누님이 내게 물었다.



"얼마나, 얼마나 더 할 속셈이냐."


"얼마나 더 할 것 같소?"


"충분하지 않더냐! 이제 세 번이다. 아랫도리가 끊어지는 느낌이다."


"걱정 마오. 내 아랫도리는 그 정도론 안 찢어지니."



또다시 하반신을 움직였다.


야한 성인들의 스쿼트였다.



"반나절만 할 게요.

확실하게 임신해야 하지 않겠소?"


"치워! 치아라 제발!"


"내가 제발이랬을 땐 귓등으로도 안 듣던 양반이 요구도 많으시구려."



당초부터 약속은 지킬 마음이었다.


꼭 6시간 동안만 고문하였다.


누님은 게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좋은 몸 하고 계시는구려. 누님.
잘 썼소."


나약하기는.


누님에게 처음으로 이겨본 느낌이었다.


기분은 상쾌했다.




*



TS물 채널 대회 출품잠 백업.
원문은 이쪽
잊고 있었는데 이걸 안 했더라고
현생 그만 바빴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