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명령으로. 너희들은 주간지를 만들어라. 필요한 자재들은, 업무 상으로만 쓰인다는 전제 하에 제공된다. 주간지의 주제는 이세계환생일지니. 인터뷰, 칼럼, 포토 저널, 광고, 특집기사까지 완전히 들어간 잡지이어야 할지어다. 너희가 만든 주간지는 앞으로 모든 이세계 환생자들에게 배포될지니. 그들의 사정을 생각하여 성심성의껏 만들도록. 이상."



신은 참으로 수많은 이세계를 관리하신다. 인간의 상상력으로 상상될 수 있는 모든 이세계들을 말이다. 현대에 가까운 디스토피아부터, 왕도 기사물, 좀비세계, 방화마들로 가득찬 빙하기, 거기에 버섯종족 지구, 입대영장과 대학원납치장에 벌벌떠는 난민들의 쉘터 등등. 그렇게나 바쁘고 고달프신 신인만큼, 한 가지 버그가 만들어졌고 그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셨다 해도 참작해드리자.


그러니까, 이세계환생이라는 버그 말이다.


사실 우리가 아는 지구 속에도 이세계환생자들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처음에는 별종처럼 여겨졌어도, 이러쿵저러쿵 적응하고 살았겠지. 처음에는 이 버그를 고치고 원상복귀하기 위해 노력했던 신도, 이제는 환생자들에게 환생자특전을 주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현재 모든 이세계에서 환생자들은 약 74,000명으로 추산.

그리고 그 환생자들을 돕기 위해 신이 이미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모아서 만들도록 지시한 잡지가 <환생저널>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매주 구독하고 계시는 <환생저널>의 편집자 이선광이라고 하는데요.."



*



신의 공지를 처음 듣고 든 생각은, 억울하다 뿐이었다. 신이 내가 어떻게 살아갔는지 알고도 이딴 직책을 주는 건가? 내가 왜 여기있는지, 내가 왜 신문사 천장에서 스스로 떨어졌는지를 알고도? 그런데도 나를!


그러나 신의 앞에서 반항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신의 권속의 자세라는 본능이 뇌에서 소리친 것 때문일까. 신이 내걸은, "5년동안 일하면 은퇴해서 원하는 이세계에 원하는 특전으로 환생해도 된다"라는 조건 때문일까.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고, 신이 내려준 사무실(지구에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지구인들의 관념에 맞춘 사무실)에 우리 나름대로 필요한 것들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팀원들이 모두 지구인이라는 것이다. 약 11,000개의 세계들 중 가장 "이세계"라는 개념이 익숙하고 그 개념에 대한 상상이 잦은 세계가 지구라고 한다. 지구인들이 선택받은 건 그런 이유였다.


시작 멤버는 6명.


나, 이선광. 기자 겸 편집장.

에일린. 기자 겸 팀장.

도치다. 사진전문기사.

헤일리. 저널리스트.

이안. 기자.

발렌틴. 기자.


처음에는 6명 가지고 되겠냐고 항변했지만, "15장만 넘기면 인정해주겠다"라는 클라이언트, 아니, 신의 명령을 받들어 묵살당했다. 옆에서 충혈된 눈으로 디스플레이를 두드리던 천사들이 안쓰럽다는 눈길을 보냈다.


그리하여 우리 <환생저널>의 1호 편집회의가 시작되었다. 각자 자리에 착석한 것이다.


신에게서 받은 각 세계들의 특징 및 대략적 분류를 훑어보는 나.

금빛 장발을 쓸어내리며 여태 환생자들의 생활 패턴을 확인하는, 미녀 기자 에일린.

신에게서 특별히 내려받은 카메라의 렌즈를 닦으며 회의 시작 선언을 기다리는, 통통한 사진기사 도치다.

노트에 무엇을 끼적거리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끼적거리는, 갈빛 단발의 저널리스트 헤일리.

작은 몸집으로 다람쥐마냥 여기저기 둘러보는, 기자 이안.

아까부터 누구에게서 얻은건지, 껌을 열심히 질겅질겅 씹으며 허공을 지긋이 보고 있는, 기자 발렌틴.


나는 한숨 반 걱정 반과 함께, 편집장으로서 책상을 탁 쳤다.


앞으로 우리가 편집부로써, 어떻게 활동할지 생각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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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노벨 쓰는 건 처음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