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땅이 통째로 사라졌다. 휴전선 이북부터 압록강 이남까지. GOP 초소들은 먼 수평선만을 바라보게 되었다.


  한반도의 절반이 손실된 것은 어째서인지 국민들의 시름은 아닌 듯 했다. 남한은 섬나라가 되었고 그 사실은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최대의 주적은 소멸했고 껄끄러운 이웃나라들과 떨어지게 되었으니. 이제 징병제를 폐지할까, 따위의 소소한 고민거리만 가지게 되었다.


  누군가는 묻는다. 북한은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글쎄 이세계라도 간 것일까.





북한.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난 북한의 령도자. 위원장실로 출근도 하기 전 수십 개의 보고가 령도자에게 날아들었다. 가만히 비서와 장군들의 보고를 듣고 있자니, 그는 그만 정신이 아득해지고 말았다.


"몰래카메란가." 령도자는 웅얼거렸지만 다들 무시했다.


  보고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영토 전체는 시공간적으로 다른 세계에 와 있었다. 완전히 별천지는 아니고 1939년 북대서양 한복판이다. 제2차대전 발발 직전...


  령도자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 현재의 조선은 분명 1939년 국가들에 비하면 막강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미사일, 전자장비 등등. 무엇보다, 조선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 이전 세계에서의 조선인민군은 비록 똥꾸릉내 나는 수준 미달의 군대였겠지만, 이 세계에서 조선인민군은 분명 강병이다.


  고심 중 비서의 말이 들렸다. "그래서, 현재 조선인민공화국의 존재를 알아차린 옛 서구의 국가들이 우리에게 통신하고 있습니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 지 결정해야 합니다."


  령도자의 두뇌가, 수 년만에 팽글팽글 돌아간다. 조선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증오스럽지만 강력한 미제와 손을 잡아야 하는가? 잠재력 있는 전체주의 국가, 나찌와 손을 잡는가? 아니면 공산주의 동지인 쏘비에트와 손을 잡는가? 동아시아는? 일제에 억압받는 우리 민족은 또 어떡하고?


...


"위원장님?"

"미제."

"예?"

"우리는 미제로 간다."

"예에?"


  수십년을 미제와 밀당해온 령도자의 본능이 속삭였다. 핵이 있어도 미제랑 한 판 뜨면 분명 박살난다고.


미제에 바싹 붙어서 같이 간악한 나찌와 일제, 쏘베트를 물리치고 인민민주주의를 수호하자! 


령도자의 전설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