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막는 우산을 보되,
그 우산이 드리우는 그늘도 보라.
너는 그 우산을 손에 쥔
이들의 눈을 한 번이고 들여다보았느냐.
까맣게 물든 하늘에도,
관자놀일 눌러가며
준 잠만큼 착착 쌓여가는
착잡한 서류철들을 훑는 이들의,
동공 속 구슬 같은 맑음은
온종일 자동모드지만
사실 제멋대로인, 에어컨 바람이
진즉이 날름 훑어갔구나.
누군
통유리의 으리으리한 사옥과,
평균 연봉에 0 하나 더한 급여에,
내가 저 안에 속한다면
잠이고 취미고 다 내버린다 말하지만,
가난을 막는 우산을 보되,
그 우산이 드리우는 그늘도 보라.
네가 그 우산을 손에 쥐고서도
기꺼이 이들의 눈과 닮아가길 바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