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혼자 방에서 텔레비전 보험 광고를 보다 눈을 부릅 떴다.

[ 자살 시 보험금 1억 원을 유가족에게 지급함. ]

그 문장은 아무도 모르길 원한다는 듯이 보험 광고의 끝자락에서 해설조차 없이 숨겨져 있었다.

그것을 찾아낸 소녀는 보험 회사에 대한 반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움을 느꼈다.

소녀는 자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녀는 극악무도한 학교 폭력을 당했다. 그녀의 마음을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괴롭힘을 세 남학생들에게 6개월 동안 당했으니, 말 다했다.

한 번은 그 광경을 선생이 직접 목격해 가해자 학생들과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겨우 제대로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짓을 한 이유가 그냥 장난이었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전해들은 소녀의 마음은 더 찢어졌다.

하지만 소녀는 그 사실을 부모님에게 전해드리긴 힘들었다. 소녀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괜히 소녀는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아무한테도 그녀의 마음을 설명할 수 없어 자살을 결심했다. 그런데 텔레비전을 보다 마침 그것이 보였으니, 얼마나 축복이었겠는가? 그래서 소녀는 그 보험을 들어달라고 부모님에게 계속해서 졸랐다.

그녀의 부모는 그런 딸을 보고 얘가 왜 이러냐며 딸을 이상한 취급했지만 소녀의 근성에 눌려 어쩔 수 없이 그 생명보험을 들어주기로 했다.

드디어 1억 원이란 돈으로 제대로 된 효도를 할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한 소녀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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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부모와 약속한 시간이 매우 늦은 시간이었기에 다음날에 보험을 들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아침에 급하게 보험을 들은 다음날이었다.

소녀는 등교를 하면서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누군가가 풀에 숨어서 자신을 쳐다본다는 것을 말이다.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피지도 않고 그냥 갔다. 보험사 직원이 자신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녀는 늘 그렇듯이 학교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부터 세 남학생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갔다. 어깨동무를 하는 듯한 자세로.

세 남학생들은 그 자세로 소녀의 몸을 어루만져댔다. 가슴부터 엉덩이까지. 소녀는 이번에는 딱히 몸부림치며 거부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일부턴 만나지 않게 될테니까. 이들의 추함이라고 생각하며 참으며 학교에 도착했다.

4교시까지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다. 역시나 늘 그렇듯이 소녀는 세 남학생들의 폭행을 당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계속 바뀌는 자세로.

세 남학생들은 교실에서 세게 뺨을 때리고, 다리로 걷어찼다. 그리고 남자화장실 칸으로 데려가 호탕하게 웃으며 강간했다.

" 으하하. 오늘따라 죽이는데! "

소녀는 이번에도 어떠한 낌새를 느꼈다. 누군가가 보고 있는 듯한 그 낌새. 이번에도 여전히 직원이 쳐다보는 것 같았다.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최대한 그 고통을 견뎠다.

이후에도 추행은 이어졌다. 집이 빈 남학생의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남학생들은 강제로 소녀의 속옷을 벗기고, 담뱃불로 엉덩이를 지지고, 단체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공유했다.

하지만 소녀는 이겨냈다. 오늘밤이 지나면 부모님께 효도를 해드릴 수 있으니까. 자신도 더 이상은 이들에게서 억압받지 않고 행복할 수 있으니까.

밤이 되고 나서야 소녀는 집에 돌아왔다.

소녀는 오늘의 일이 머리 속에 맴돌았다.

...

그 일들이 이제는 더는 볼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 감사했다.

소녀는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곳에 고개를 돌렸다. 침대에서 푸드득 소리가 났다. 진짜였구나. 다행이었다.

소녀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파트의 옥상에 올라왔다. 그리고 부모님께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옥상으로 불렀다. 직원도 곧바로 옥상 어딘가에 숨었다.

소녀는 부모님이 왔을때 땅의 끝자락에 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울며 기꺼이 토로했다.

" 엄마, 아빠! 나 지금까지 학교폭력 당하고 있었다고 말을 못했어... 항상 맞고 강간 당하고... 근데 너무 부끄러워서 말을 못했어... 그래서 자살하고 싶었는데... 사실 그 생명보험 있잖아... 자살하면 1억 받을 수 있대서 졸랐던 거였어... 이제 엄마아빠한테 진짜로 효도할게! 엄마아빠. "

소녀가 ' 안녕. ' 이라고 말할려고 할때, 누군가가 소녀를 밀었다!

" 으아아아아아아악!! "

숨어있던 직원이 돈가방을 들고 나와 소녀의 부모에게 다가갔다.

" 그걸 진짜로 하시다니, 대단하시군요. 여기 타살 보험금입니다. 10억 원 받으시지요. "
" 그런데, 이렇게 해서 당신이 얻는 게 뭡니까? 시체 처리도 하셔야 될 텐데요. "
" 행복입니다. 당신이 돈을 받고 행복한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지죠. "
" ...당신은 이제 행복해지겠네요. "

더 큰 효도를 한 소녀는 지금 웃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