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게?"

"보면 몰라? 사과잖아."

늑대 앞에는 사과가 있었다.
사슴이 늑대에게 선물로 준 것이고 늑대는 사과를 받고 자신의 방에 두었다.

사과에서는 단 맛이 나지않아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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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아직도 안먹었어? 곧 있으면 썩을텐데..."

"사과 냄새가 좋아서 그런거니까 신경 꺼."

늑대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사과냄새가 나는 것이 좋아서 먹지 않고 가만히 두고 있었다.
사슴은 늑대가 조만간 먹겠거니하고 내버려두었지만 늑대는 사과를 먹을 생각 조차 하지않고 며칠을 보냈다.

-

"썩었네. 내가 말했잖아. 곧 있으면 썩는다고."

"뭐 어때 내가 사과 먹기를 꺼려해서 그런건데."

"그럼 말해주지. 내가 아끼던 걸 너한테 선물해준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걸로 줬지."

늑대는 썩은 사과를 바라보았다.
썩은 사과에서는 파리들이 엉겨붙고 구더기들이 득실거렸다. 흐물텅거리게 생긴 사과는 이제 붉은 빛을 돌지 않았고 회색 빛 곰팡이와 같이 썩어드는 일만 남았을 뿐이었다.

늑대는 사과를 집었다.

-

"먹었어? 그런 걸 먹으면 어떡해! 내가 다른 사과를 줄수도 있는데 굳이 그걸 먹고 그래..."

"괜찮아. 맛있었어."

사슴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고 들어왔을 땐 썩은 사과는 보이지 않았고 늑대의 손과 입가에 파리가 날아다니는 과즘만이 남아있었다.

사슴은 그 모습에 기겁을 하며 물티슈를 가져와 그의 손과 입을 닦아주며 말했고 늑대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먹으면서 헛구역질이 나고 파리가 우수수 날아다니며 푸석한 곰팡이의 맛이 꿈틀거리다 터지는 구더기들과 함께 섞여 차라리 먹지 않았으면 하는 후회를 남겼지만,


그렇다고 사슴이 건넨 사과를 무책임하게 방치해두다가 상하게 만들어 그녀를 실망시켰다는 생각에 자신의 잘못을 되뇌이자는 생각으로 억지로 삼켰다.

늑대는 그 뒤로 삼일 밤낮을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며 보냈다.

-

"사과네."

"저번처럼 그러지 말라고 내가 미리 잘라놨어. 저번에는 내가 미안했어. 자를수도 있었는데 선물로 주겠다고 그냥 줬으니까."

"뭐... 그건 안먹은 내 잘못이지."

늑대가 기운을 차린 그 날에 사슴은 늑대에게 토끼모양으로 자른 사과 조각 몇개를 건네며 사과했다.

늑대는 사슴이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하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사과를 집었다.

사과를 씹자 사과에서는 단맛이 났고
늑대는 말없이 사과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