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


금요일이 채 되지 못한 목요일 아침 난 문득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글 프로그램에 써진 첫문장을 보며 참을 수 없는 거부감과 고통스러운 감정이 우러나올때 즈음. 노트북 화면을 닫고 생각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보기에도 민망한 글덩이에 무너져 내렸는지 아니면 글을 쓰기 시작한 4년간의 권태로움에 질려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지금까지 글을 써온 시간이 낭비라고 치부했는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니 내 글은 오직 남의 손과 입에서 긍정의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작가를 지우고 독자를 관망하며 써내려진 글을 책망하고, 매도하고, 분개하며 또 다시 조립하고 창조하고 무너뜨렸다. 


그 대답은 알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글을 그만두라고 강요한들 나는 펜과 종이를 들고 저항할 것이었다. 나의 노트북과 펜과 종이를 뺏어간다 한들 머리까지 베어갈 수는 없을 터엿다. 해볼테면 해볼테라지. 내가 유일하게 세상과 맞설 수 있는 것은 글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생각할 뿐이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