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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성의 95%는 입대를 한다고 했던가? 아무튼, 나 역시 그 95% 중 하나가 되었다. 입대라니, 대한민국 수백만 입대자 중에 거르고 걸러진 장애인들을 굳이 한여름에 훈련소로 보내는 것에 이해가 가진 않지만 어쩌갰는가?


먼저 가본 사람들이 말하길, 별거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입대하는 나 입장에선 별거 맞다. 어차피 인생에 한번 가는 훈련소 아닌가? 들어가기 전에 마칠 것은 모두 마쳤다. 연재하던 소설을 적당한 자리에서 끊었고, 주변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으며, 오늘의 념글목록은... 아, 다들 바쁘다. 생각해보니 이전까지의 내가 '시간 일론 머스크'였다.


사회복무요원들은 다들 그렇다. 입대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지라 나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 반년 이상 지내고 나서야 입대하게 된 것이다. 마음이 정리되고, 훈련소에 같이 들어갈 동지들의 병명이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내가 미쳐가는 기분이기도 하다.


오늘따라 가객의 노래가 입에서 흥얼거려진다.


집 떠나와 열차 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현관 밖을 나설때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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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프리스타일 수필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