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
오르내리는 느낌을
잊어버린 듯 해.
도깨비도로에 선 듯이,
길을 오르는 느낌과
동시에 날 깎아먹는 느낌을
나란히 받기에,
그냥 불가사리처럼,
먹는 데로 뱉고
얻을 것만 취하는 존재가 되어,
필요 이상의 무언가 따윈
머리에서 지워버리고 싶기도 해.
그렇지만 어찌하리.
먹는 입과 뱉는 곳을 따로 받아
태 중에서부터 정결함을 구할 것을
강박으로 물고 자랐으니,
오르면서도 내려가는 듯한
착각에 빠져있다면,
그냥 아예, 몸을 던지듯이 굴러
그 신기루를 깨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