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만치 3년 8개월이나 지낸 내 첫 직장을 이제서야 그만 두었다.


8월의 마지막날이 내 첫 직장의 종착점이다.


가족기업. 삼촌이 사장. 엄마가 대주주. 


아무리 힘들고 뭣 같더라도 여기에 거금을 투자한 엄마를 위해서 공장부지를 처분하기 전까지 안그만두겠다고 다짐했건만...


이제 지쳤다.


더 하다간 대형사고 칠 거 같다.


쌓이고 쌓인 걸 이제 놓아야 할 때다.


좀만 쉬자. 그리고 다른 일을 알아보자.


(공항물류센터로 점지했지만 말이다.)


그만 두기로 결정했을때 슬펐다.


그보다도 원치도 않은 것을 억지로 들이 밀면서 강요받고, 욕먹고, 가끔가다 쳐맞기도 했던 모든 순간들.


결국 같잖고 하찮은 경험따위로 마무리났다는 것이 더 억울하고 원통했다.


엄마는 모를거다. 


사장인 삼촌한테 쪽지로만 넘겼으니까.


이제 사람부족한 공장에 박봉으로 부려먹을 노예가 사라졌다.


사장, 아니 삼촌이란 작자는 전화라도 해서 뭐라도 설득하고 달래려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기대안했지만, 역시나였다.


전화따윈 없었다.


지도 ㅈ빠지게 일하는데 사원인 니 새끼가 감히 불평이냐고 지랄 염병하겠지.


아쉬울 게 없겠지.


일하면서 서로 스트레스만 쌓여왔으니까.


(그래도 나만큼 저렴한 노예는 외국인 노동자조차 없을거다)


내일은 토요일이다.


또 일 나가야 한다.


아니면 삼촌이 아침부터 일 그만하라고 바로 해고통보하거나.


둘 다 기분이 엿같은 건 매한가지.


내일 죽을만큼 슬퍼질 각오를 하며 오늘의 고단한 피로를 풀어보자.


그리고 한이 시리게 쳐울어보자.


-2023년 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