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다는 얼굴과 목소리가 기타를 맨 남자의 귀를 파고 들었다. 남자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


“요즘 세상에 돈이 많거나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누가 록 밴드를 한다는 거야? 솔직히 말할 게, 여긴 밴드부이긴 하지만 록은 이제 취급 안 해. 그러니 타협하라는 거야. 현실이랑.”


“아니요, 타협 못합니다. 밴드부가 발라드를 부르는 게 말이나 돼요? 아니, 그보다 여기서 아이돌 챌린지를 하는 건 뭡니까?! 여기가 댄스부예요?”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말 하면 중2병 같지만… 대중은 전부 멍청이에 ADHD야. 더 이상 그런 긴 음악 따위는 듣지 않아.”


“무슨 말도 안 돼는 소리를…!”


“무슨무슨 챌린지, 뭐시기 하이라이트, 어쩌고저쩌고 챌린지… 조금만 찾아봐도 보일 건데? 요즘 나오는 노래들은 3분을 넘으면 다행이다. 그보다 길면 길다고 보지 않는 게 대중이지. 그런데 그조차 길다면서 이제는 거기서도 1분을 채 넘지 않는 하이라이트만 열중하지.”


“하지만… 그 하이라이트를 위해서는 기반을…!”


“기반? 절정을 위한 빌드업조차 힘들어 하는 것이 지금 사람들이야. 너 인터넷 소설 보냐? 주인공이 고작 1편만 고난을 겪어도 버티지 못해 화내고, 욕하고 나가버리는 사람이 부지기수야. 노래도 마찬가지지, 과거에는 ‘산울림’이 3분의 전주를 그대로 연주해도 사람들이 지켜봐 줬어. 지금은? 그 반도 채 못 듣고 나가버릴 걸? 아이돌이나 가수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야. 그 사람들이 뭘 어쩌겠어. 하지만 요즘 노래라는 건 다 그래, 고작 1분짜리 하이라이트만 적당히 만든 다음 미주알고주알 챌린지라고 유튜브 쇼츠, 릴스, 틱톡에 뿌려대면? 샐럽들, BJ들, 다른 연예인들이 따라해주고 그럼 흥행하는 거야! 수십만 장씩 팔리겠지?! 조회수는 수천만이 되고 영어로 칭찬이 달리는 거야. 그게 성공이지.”


“하지만 우리도 잘 만들면…”


“네가 비틀즈야? 너바나니? 너도 잘 알잖아, 록은 죽었어. 죽어서 더 이상 나올 것도 없다고! 모두가 이미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만 답습하지. 록 음악을 1분짜리 하이라이트만 들을 거야? 그 정도 능력이 있다면 넌 이미 미국에 있겠지. 이 장르는 끝났어. 인스턴트만 먹으려 드는 현대인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거야!”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힙합도, 발라드도 똑같아. 그 1분짜리 하이라이트를 감당하지 못해서 밀렸다고. 대중들은 듣는 음악도, 보는 음악도 원하지 않아. 그저 하이라이트만 원하지! 마치 마약처럼 짧은 시간동안 뇌를 불태우고 다음으로 넘어가기 만을 바래.”


“그래도 아직 듣는 사람이 있잖아요…”


“있지. 듣는 사람은 말이야. 하지만 하는 사람은 있나? 극소수야. 그들을 보고 따라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 너 같이 용기 있는 사람이 있어도, 성공할 수 없어. 특히 대중은 더더욱 들어주지 않을 거야. 너, 국카스텐이 성공했다고 보냐?”


“다, 당연하죠!”


“아니, 그건 록 밴드로서 성공한 게 아니야. 보컬이 성공한 거고, 록 발라드가 성공한 거지.”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넌 뛰어난 기타리스트야. 그리고 뛰어난 재능도 있지. 네 마음은 잘 알지만 현실과 타협하고 이리 와. 네 미래는 밝다고.”


“아니요. 전 제 길을 갈 겁니다. 그리고 증명하겠어요!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남자는 등을 돌려 떠나버렸다. 지켜보던 이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멍청아… 굳이 가시밭길을 가려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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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타일 단편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