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 글 감평대회를 열었었는데, 이제 테이크가 있었으니 기브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내 멋대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가장 잘 썼다고 느꼈던 창문챈 문학 작품들을 모아서 내 멋대로 감평해봄.

창문챈 처음 오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서 또 다른 창문챈럼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시작하겠습니다.




1. 좌파 우파 - @xyz


그냥 "찢었다"

뭐 별다른 미사여구가 필요 없는 불세출의 걸작.

별개로 저 글의 댓글을 보면 얼마나 우리 사회가 비상등을 키고 정체해 있는 지 깨닫게 된다.



2. 시의 방 - @한아름


시를 쓴다는 것은, 글을 쓴다는 것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아름다운 문장과 뛰어난 묘사로 표현한 문학의 가치.

그냥 읽은 순간 '아, 이건 명작이다' 하는 느낌이 절로 드는 맛있는 시.



3. 레토르트 사랑 - @뮮랾쇍


사랑이란 무릇 이렇게 쉬워야 합니다.

설거지론이니, 베트남론이니 하는 혐오와 불신이 판치는 사회에 날리는 아름다운 일침.



4. 어느 간암 투병인의 한탄 - @시산#89507594


병마와 싸우며 느낀 점을 적은 시인데, 정말 화자의 아픔 그 자체가 느껴졌음.

자신의 병과 그것으로 인한 고통에 대한 비유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고, 심지어는 아름답게까지 보여짐.

이상도 폐결핵으로 고생하던 시기에 자신의 병마에 대한 명시를 몇 편 남겼었는데, 그 점이 생각날 정도.

예술은 아픔과 고통에서 비롯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또 하나의 근거.

그와 별개로 작자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댓글로 보니까 나름 호전됐다고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그나마 편해지네.



5. - @여러갈래갈래길


그 누가 어머니와 아버지가 주무시는 것을 보며 이리도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2연과 3연의 선경후정의 구조는 그저 감탄만을 자아내게 하며, 마지막 두 행은 정말로 온몸에 전율이 흐르게 한다.

정말 아름답다, 아름답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는,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한 편 일상시.



6. 살인을 위해서 필요한 준비물 - @xyz


"시간이 흐를수록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는데에 필요한 조건은 가벼워져만 가는구나"

댓글의 한탄이 딱 내 마음을 대변해줬음.

사람의 생명이 언제 이리도 무가치한 것이 되었나?

현실을 냉소적으로 적시하여 우리 사회를 새삼 돌이켜보게 한 작품.




7. 문장예찬 - @밥자루


"문명의 처음이자 마지막을 장식할 그대. / 우리가 우리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최후의 산증인이여."

마지막 행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던 시.

시 전반적으로 "문장"을 '그대'로 표현하며 화자가 문장에 대해 느낀 것을 지극히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했음.

정말로 문장'예찬'이라, 문학소년 출신인 나에게는 상당히 의미가 있었던 시.



8. 백지장의 시 - @InQlumer#88748621


'그렇기에 쓰이지 않은 / 종이 위엔 / 백지장의 시가 쓰여있었다.'

어떤 문필가의 노력을 가득 담은 아름다운 역설.

문필가, 시인의 고뇌와 사색을 정말 공감되게 풀어냈음.

솔직히 나 따위의 아마추어 문필가가 저런 명시에 공감이라고 할 자격이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9. 삶이여. - @ㄷㄴㅌ


'검투장 위의 두 사람 / 무대는 세상, 상대는 나 // 우리는 그것을 삶이라 부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경탄스런 묘사 후에 등장하는 정말 멋있는 삶에 대한 비유.

사계를 하루의 시간으로 표현한 부분도 대단했고, 저 마지막 비유는 정말 "멋있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삶, 그 숭고한 고난에 대한 훌륭한 예찬.



10. 소국 - @김치를가지고장난을치러왔다


'꿈만 거대하게 갖던 나는 얼마나 작더냐'

1, 2연부터 대작임을 직감했고, 마지막 연을 읽고서는 밖으로 걸어나가 한숨을 한 번 크게 내쉬게 한 작품.

광활한 세상에 담긴 나 한 몸은 터무니 없이 작더라.



11. 주말에게 - @테브난


주말을 '사랑한다'는 표현이 참 인상적이었음.

제목에는 '주말'이 들어가지만 본문에는 '주말'없이 오직 주말을 상징하는 단어로만 표현한 것도 상당히 좋았고.

1연과 3연의 수미상관, 그리고 마지막 행은 머릿속에 남아서 계속 맴도네.

나는 지금 이 추석 연휴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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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선 안에는 들지 못 했지만, 나름대로 인상 깊었던 시들을 모아봄.




건조-소계 - @한아름


'바깥은 소계, 정말로 소계'

이 한 구절만이 뇌리를 맴돌아



비애 - @억제기


비애와 비에를 적절히 섞어서 만든 명시

나도 저런 동음어를 활용해서 시를 지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작품.



묘정의 찬송가 - 유동게이


김수영 시인에 대한 비하인드를 알았더라면 이만한 명시가 또 없지만, 모르면 도통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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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데 별다른 재능도 없이 몇 자 끄적이는 것만 잘 하는 한낱 필부의 감평이었음.

단지 이 글에서 소개해준 글을 읽는 것을 계기로 다른 사람들도 저 사람들처럼 멋진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를 기원하며 마무리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