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였던 아버지는 나에게 죽기 전에 이런 소리를 한 적이 있다.


“아들아, 너는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


“네? 아버지 그게 무슨소리에요.”


처음 들었을 때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난 늘 어렸을 때 지구를 지키는 아버지를 보고 감동이 벅차오르고 늘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러워 했다. 그래, 내가 어렸을 때는 그랬다. 아버지도 그때는 아주 젊고 용감하신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였다.


친구들은 날 부러워하며, 나도 저런 아빠 갖는게 소원이라고 늘 말하곤 했다. 나도 이런 아부 비슷무리 한 것에 기뻐하며 자신감이 많이도 차올랐다.


그때의 아버지는 지구를 지키기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아버지가 늘 사건을 처리하면 모두가 아버지 곁으로 달려가며 늘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외쳐댔다. 나도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꼭 아버지를 이어서 히어로가 되자고 마음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난 어느덧 중학교의 나이가 되었다. 아버지도 지구를 지키신지 어느덧 20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지났다. 아버지가 사건을 해결할 수록, 사람들의 반응이나 응원들은 점점 작아졌다. 그저 해결만 보았다면 그려려니 하는 태도로 사람들은 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난 아버지를 존경했고, 아버지도 히어로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사람들 사이에선 점점 아버지를 존경하는 사람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난 자라면서 점점 내성적인 성격이 강해지면서, 날 왕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얘들은 날 보면 “야, 놀리지마. 쟤 아버지가 히어론데 어쩔려구 그래.”라며 비웃었다. 사람들은 점점 내 아버지가 히어로가 된 것을 비꼬와 비웃기 시작했다.


티비에서도, 우리 아버지는 점점 의식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늘 아버지의 영웅적 쾌거는 뉴스에 잘 나오지 않고, 우리 아버지에 대한 쓸데없는 부정적인 뉴스만이 최근의 우리 아버지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정작 지구를 지키는 아버지께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를 비꼬왔고, 풍자했다. 학교의 얘들은 더욱 더 날 놀려대기 시작했다. 언젠가 한 얘가 “니 아버지는 그냥 사회의 일꾼뿐이야.”라고 욕하자, 참다 못한 나머지 그 얘를 때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는 날 말리기는 커녕 무서워하는 척 하며, 날 더 비꼬와 비웃기 시작했다. 난 그 놀린 얘를 죽이듯이 팼고, 사람들이 점점 분위기가 이상해져야, 그때 날 말렸다. 나도 히어로의 피가 있던 지라, 전부가 날 말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얻어맞았다.


난 온 몸이 멍이 든 체로 집에 왔다. 아버지가 오랜만에 날 반겨주셨다. 내 몸에 보이는 멍을 보면서 걱정스럽게, 난 아버지를 노려보며 순간 그를 증오하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건 내 꿈과 너무 다른 행동이었다. 난 늘 아버지를 존경하고, 부러워했는데, 왜 사람은 그런 대상을 악당으로 만드는 것일까. 


시람들은 정의를 너무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선은 처음에는 거대하지만, 그 선은 점점 커져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한다. 아무리 선을 채워도 그것은 늘 크기가 유지된다. 선은 커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이도 쌓여진 선은, 그것은, 흔히 권리라 말하는 것인가. 


하지만 정작, 악은 이상하게 사람들 마음 속에서 커저만 간다. 우리 아버지가 욕을 먹는 이유도 어리석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변하지 않는 선을 가지고, 커저가는 악을 주체하지 못한 체 멍청하게도 우리 아버지를 욕하고 있던 것이다.


난 너무 울분을 참지 못하여 아버지께 말했다.


“아버지! 지구를 지키는 아버지가 왜 욕을 먹어야 하는 거에요!”


아버지는 이런 나를 보고, 텁텁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 사람들이 그런단다. 이해하렴, 그들은 너무 바쁜 세상에 사는 나머지 정의를 구별할 힘이 사라진게야. 나도 어느세 이게 내 선의가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참 멍청하지?”


아버지는 날 껴안았다. 나도 덩달아 그런 아버지를 껴안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난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시선은 늘 똑같았다. 악이 키워지고, 선이 늘 그대로였다. 하지만, 난 늘 아버지의 히어로 일을 존경하며, 그에 대한 존경심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가 사건을 해결하다 그만 큰 부상을 입고 마셨다.


나이도 드셨고, 이제 조심해야할 나이 이지만, 사람들에게 비난을 먹고있는 아버지에게 히어로일은 게을리 하면 안되었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큰 부상을 당했고, 서서히 죽음에 이르었다.


이제 히어로 일도 못하는 아버지에게, 세상은 더욱 더 악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거짓기사, 무지성 비난. 아버지는 이런 세상을 보고 한탄하셨다. 그들은 너무 잔인하다! 잔인해! 그들은 돌같은 존재다. 감정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것들!  돌에 이끼가 끼고, 사람이 그것을 없세주면, 그것을 당연시 여기는 멍청한 것들! 


어머니도 이런 비난에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우리는 이 어두운 세상에 피신하여 반지하에 난 아픈 아버지를 부양하며 고등학교도 못 다닌 체 아버지를 돌보았다. 


아버지는 늘 하루하루를 버티셨지만,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나 보다. 끝내 아버지는 내게 마지막으로 저 할 말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난 그런 아버지의 쓸쓸한 시체를 보고, 히어로가 죽었다는 생각에 눈물을 한껏 쏟아냈다.


기자들은 우리 아버지가 죽은 걸 또 어떻게 알고, 또 그것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래, 사람들이 죽음이라도 크게 슬퍼해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정작 기사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내려갔다. 난 사람에 대한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사람이 이렇게나 잔인한 존재였는가? 어찌 세상에 30년을 바친 사람 하나를 시민들은 기억하지 못하는가…


난 큰 상실감에 빠지고, 그때부터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한 소식이 들렸는데, 지구에 커다란 운석들이 떨어진다는 소식이었다. 사람들이 소식에 난감하며, 공포에 떨었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가 다시금 이런 위기에 다시 나타나게 되었고, 그 피를 이어받은 나를 지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리를 살려달라고 빌었다. 근데, 뭐.


사람들에게 보여진 선의 결과가 바로 우리 아버지라는 사실을 난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내 입장에 근거하여…. 내가 막아야할 이유는 없다.


사람들은 이런 긴박한 위기에, 날 욕하고, 나에게 애원하고, 눈물 콧물 다 짜내며 나에게 살려달라 구걸했다. 하지만 난 이런 부패한 세상은 원하지 않았다. 하느님도 이런 세상이 싫어서 이런 재앙을 주는 거겠지.


아버지, 아버지의 말씀을 잘  알 것 같아요. 전 세상을 구하지 않을래요. 전 다시 아버지를 만날래요. 늘 헌신하던 아버지를 만날래요. 이런 고마움도 몰라주는 사람들을 구할 바엔, 그냥 죽겠어요. 아버지, 곧 운석이 떨어져요.


사람들이 저에개 욕을 퍼붓어요. 근데, 죽으면 다 끝나잖아요. 그들이 자초한 일이에요. 멍청한 그들이 자초한 일이에요.


아버지, 전 세상을 구하기 싫어요. 정의는 이미 죽었잖아요? 이제 아버지 볼 생각에 마음이 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