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잡는다는 것.

펜대를 슬쩍 움켜쥐는 것.

내가 나의 편집자가 되는 것.

머릿속 관념이며 일화며 상상이며,

적당히 떼어다가 숨결 한번 불어넣는 것.

복잡하기 그지없는 세상에서 일순 벗어나는 것.

그 일순이 이윽고 다시 나의 삶의 이유가 되는 요상한 것.

   

그런 일견 기묘한 체험 후 다시 펜을 드는 것은,

더 이상 그저 단순히 펜을 드는 것이 아니게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