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다. 어느날부터 사람들의 머리 위해 지금 이름과 옛 이름, 그리고 생년월일이 뜨기 시작한 것이다. 거울로 나를 봐도 뜨고, tv 속 연예인들도 떴다. 심지어 개명 전 이름도 노랗게 강조까지 되서 표시되었다. 처음에는 여러 혼란이 일었다. 생년월일을 속인 연예인들은 가벼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자신의 진짜 생년월일을 찾은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상황이 좀 진정되고 나서는 이런저런 헤프닝들이 줄을 이었다. 더 이상 미성년자들이 몰래 술을 사다가 식당이나 편의점이 곤혹을 치르는 일이 사라졌고 더러는 개명 전 이름이 밝혀져 검거된 미제사건의 범인도 있었으며, 개명 전 이름과 생년으로 오래 전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나는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나에겐 이건… 재앙이었다! 오늘도 봐라, 문을 두드리는 저 집주인 아줌마를. 화면 너머 저 뽀글머리 위에 하얗게 적힌 '박순자'라는 이름으로 아줌마는 개명 한번 안 했다는 것을 알았고 그 밑에는 파랗게 '1960년 4월 18일'이라고 적혀 있으니 나이가 60이 넘은 것도 알 수 있었다.


"학생! 좀 나와 봐. 대체 얼마나 집에 있으려는 거야? 월세야 꼬박꼬박 내니까 상관 없긴 한데… 얼굴도 비추고 그래야지."


"제가 알아서 할 게요!"


아줌마가 떠나자 난 tv를 켰다. tv에선 야구 중계가 한창이었다. 저 선수를 보아라 하얀 글씨로 적힌 '손아섭'이라는 이름과, 그 밑에 적힌 노란색 '손광민'이라는 글자로 저 사람은 손광민이 본명이고 손아섭으로 개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뭐 그래,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저 선수 이름이 뭐냐는 물음은 안 들어서 좋다는 사람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난 이 사건이 싫다.


내 이름은… 개명을 한 것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은 확실히 예쁜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이름은 친구들에겐 놀림감이 되었고 나이 지긋한 어른들에게는 수근거림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 확실히 내 이름은 이름 만 좋은 이름이다. 성이 흔한 편은 아니지만 성도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이 둘이 조합되면 끔찍하단 말이다!!


덕분에 난 연고도 없는 서울까지 올라와 이름을 바꾸었다. 이제 아무도 내 이름에 토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다시 내 악몽을 불러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방법이 없다. 오늘도 증오스러운 거울을 보자 먼저 파랗게 내 생년월일이 나타났다.


'2003년 8월 8일'


그 다음으로 하얗게 내 지금 이름이 나타났다.


'가현아'


그리고 그 밑에 노랗게 내 옛날 이름이 나타나자 나는 거울에서 시선을 돌렸다.


'가세연'


나 가현아, 개명 전 이름 가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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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1화만 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