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시골 깡촌에

동이라는 사내가 살았다네


찢어지게 가난하고

글도 못읽는 까막눈일지라도

그에게는 야망, 

커다란 야망이 있었다네


언젠가는 이 땅을,

내가 정복하리라

그는 늘 이 다짐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네


이봐! 헛소리는 집어치우라고!

너 이 나라 왕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기나 해?

넌 왕 얼굴도 한번 못보고

목이 댕강 잘릴거야!


하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네

그저 이 세상을 정복하겠다는 생각 뿐


언젠가 동은 성인이 되고 집의 가장이 되었다네

마을 어르신이 동에게 당나귀 한마리를 선물해주었지

이제는 모두가 동이 성실히 가정을 일구어나갈것이라 생각했다네


하지만 어느날 밤

아무도 모르게

동은 자신이 선물로 받은 당나귀 한마리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낡은 칼 한자루를 가지고

집을 나갔다네


그리고는 아무도,

아무도 그를 다신 볼수 없었지


그는 어디있을까?

진짜 왕을 물리쳤을수도 있고

아님 어디 땅속에 묻혀있을수도 있지

하지만 중요한건 그는 정말 떠나버렸다는 것이라네

칼 한자루와 당나귀만 가지고


그 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마을 사람들은 그를 당나귀 동,

동키 동이라 불렀다네

재밌는 별명이지

어찌보면 명예롭기도 하고


나는 기다리고 있다네

그가 진정으로

자신의 꿈을 이룰 날을


영원히 오지 않겠지

당연히 지금 왕은 강하고

그는 일개 촌놈이니까


하지만 굽이진 길을 건너

왕을 만나

멋지게 무찌르고

병사 수천명을 데리고

이 땅에 다시 온다면,

진실로 만약 그런다면

정말 기쁠거라네


자네도 최근 무모한 도전을 한적이 있나?

아니 아니, 왕을 무찌른다니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진정 가슴이 뛰는 일에 도전해본적 있냐는 말이야

동키 동은 비록 세상일 모르는 무식한 까막눈이지만,

하긴, 무식하니 그렇게 휙 떠날수 있는게지

어쨋든, 그가 보여준 행동은 분명 그 위대하신 왕도 본받을만 하네


이봐, 벌써 가려는거야?

자네도 떠나려는 게야?

그래 잘가거라

동키 동, 그 친구처럼 도전해보는 거야

무식하게

아니,

우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