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뱁새

못나는 나는 뱁새


어여쁜 백로에 첫눈에 빠져서

오로지 백로만 보면서 걸음을

종종 총총 총총 종종

종종 걸음 때며 떠난다


보폭이 그다지 넓지는 않지만

그녀와 조금씩 가까워 질수록

종종 걸음에서 통통통 튐걸음으로

막연한 설렘에서 보이는 기쁨으로


그녀가 내존재 드디어 알았을때

하지만 그러나 뒤에서 들려오는

성큼 성큼 황새의 성큼 걸음

거대한 황새의 기다란 발자국


오랜 시간동안 그녀만 바라본

뱁새의 총총걸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몇 배는더 바쁘게, 빠르게, 다가가서는

그녀의 사랑을 가져가는 황새


작은 뱁새가 큰 황새의 

절반 이라도 쫓음 기적이지

애써 애써 무시 해보고

중얼 중얼 합리화 해보지만


결국엔 중중중 충충충 

걸음을 무겁게 끌면서

황새와 백조의 한쌍을

바라본


나는 난적없는 뱁새

날고 싶었던 뱁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