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황량하기 그지없는 갯벌의 지평선.

좌초된 어선은 체념한 듯

부서져 스러져 가고 있습니다.


그 곁엔 빛바랜 네온이 

화려하고도 초라하게

춥디 추운 겨울 바닷물 위에 

아지랑이 마냥 흔들립니다.


소래포구는 아직도 처참합니다.

상인들은 소금기에 찌들어

웃음기 조차 닳아버린 그 얼굴로

생선 따위 집어 들어 내리 칼질합니다.


오늘도 괭이부리말에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거리를 무심히 헤매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영혼을 향해 

매섭게 몰아칩니다. 


그 얼굴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려 오는 서러움이 

밀물처럼 쓸려 오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네요.


여기는 인천.

슬프고 가련하기 그지없는

어느 겨울 바다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