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니 -물론 한낮은 아직 더운 편이지만- 슬슬 국밥이 땡기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국밥, 대한민국에 국밥 요리가 얼마나 많았던가, 돼지국밥, 소고기국밥, 순대국밥, 콩나물국밥… 하지만 오늘 갑작스럽게 머릿속을 스친 녀석이 있으니, 수구레국밥이다.


수구레가 무엇인가, 소의 가죽과 살 사이에 붙은 피하조직이다. 특이한 식감과 낮은 칼로리로 유명한 음식이지만 경상도 지역에선 국밥의 재료로 사용한다. 마침 일하던 곳 근처에 수구레국밥집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낡은 듯 하면서 낡지 않은 식당은 점심시간과 겹쳐 마구 끓고 있는 국밥들로 가득했다. 메뉴판에 적힌 7000원 짜리 선지국밥과 8000원짜리 수구레국밥. 내 선택은 수구레국밥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걸려 수구레국밥이 공기밥과 깍뚜기와 부추 등과 함께 나타났다.


콩나물과 수구레, 약간의 고기와 선지 덩어리가 끓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수구레국밥이렸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훌훌 마셔보니 산초 같은 향신료와 선지 특유의 맛이 옅게 흘러나왔다. 다른 국밥과는 다른 느낌이니 주인장이 직접 끓인 것이렸다.


뚝배기 한쪽을 큼지막하게 차지하고 있는 선지를 꺼내보니, 색이 검붉고 구멍 하나 없는 것이 젤리 같았고, 안을 잘라보니 약간 녹색이 돌면서 깨끗한 게 좋은 선지를 천천히 익혔구나! 한 입 베어무니 약간의 피 맛과 입 안에서 부스러지는 식감이 최고의 선지를 찾은 것도 같았다.


다음으로 수구레를 한 입, 돼지 비계를 씹는 듯한 질긴 식감이 이를 자극하고, 그럼에도 전혀 느끼하지 않은 맛이 혀를 자극한다. 생긴 건 유부 같이 생긴 것이 식간은 돼지 비계요, 맛은 고기로구나. 혀를 움직이자 가볍게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간다.


마지막으로 고기. 마치 곰국에서 얼마 없는 고기덩어리를 찾는 어린아이와 같은 심정으로 숟가락을 휘비면, 수구레도 아니요 선지도 아니요, 그렇다고 채소도 아닌 것이 걸리니, 이게 고기로구나. 씹으니 느껴지는 맛이 영락없는 고깃덩어리다. 어린 시절 고깃 덩어리 하나 찾았다고 신나 하던 때가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한 입, 또 한 입 하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손으로 만질 수 있었고 국물도 후후 불지 않고 마실 수 있게 되면, 이제 떠나야 할 때로구나. 휴지로 입 한 번 닦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카드에서 빠져나가는 8000원. 문득 어린 시절 5, 6천원 하던 국밥이 그리워지는 가격이다.


식당 밖으로 나오니 아직도 시간은 중천. 돌아가야 할 때는 아직도 멀었으니 뭐라도 마셔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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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수구레국밥 먹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