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간 글을 쉬었습니다. 글 쓸 여건도 여건대로 안 되었거니와, 무엇보다 글쓰기 자체에 대한 회의가 들어서요. 마음도 몸도 따라주지 않다 보니 글의 완성도가 낮아지는 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으레들 겪는 일이겠지요. 


 이렇게 간단히 말할 수 있지만, 부끄럽게도 저는 그리 받아들이지 못했나 봅니다. 분기문학에서 세 자리나 차지하고서야 온 슬럼프에 남들이 알면 기가 찰 거짓을 막 뱉었습니다. 더 이상 예전만 못한 글들도 개념글에 오르면 조금 나은 것만 같은, 천치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부계정 서너 개를 만들어선 버스로 오갈 때마다 하나씩 누르곤 했습니다. 추천이 0개라면 세 개까지, 두 개라면 다섯 개까지. 분명 전에 비해 덜떨어진 글이었음에도 멍청하게 그런 데서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노란 별이 뭐라고요. 분기문학 이전의, 나름 양심있게 올리고 쓰던 저는 온데간데없고, 이후 저는 완전히 그런 데에만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챈에 올라온 시 한 편을 보았습니다.


https://arca.live/b/writingnovel/83097528


 이번 분기문학 후보글에도 오른 글입니다. 글쓴이 분이 저를 이야기한 것인지는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저와 같은 행동과 마음가짐을 상당히 날카롭게, 또 직설적으로 꼬집었다는 겁니다. 글을 읽자마자 저는 큰 부끄러움에 빠졌습니다. 추호도 내 글에 대한 존중이, 창문챈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그날로, 시랍시고 소설이랍시고 올린 모든 글을 거의 지우고 저는 이 계정에서 로그아웃했습니다. 간간이 다른 계정으로 들어와 보긴 했지만 writingnovel이라는 주소를 볼 때마다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시달렸습니다. 서너 달 내내 쥐구멍에 숨고만 싶었죠. 거의 인터넷을 끊고 살던 몇 달이었습니다. 한데, 며칠 전 친구의 부탁으로 소재를 받아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을 안 쓴 기간만큼 묻혀 있던 노트북을 꺼냈습니다. 아직 로그아웃되지 않은 크롬 홈페이지의 창문챈 바로가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뜬 글은 저 위의 글이 올라온 분기문학 투표와, 지난 분기문학 1위 글의 행방을 찾는 주딱의 글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해야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빌려서, 어리석었던 짓에 대해 고해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겐 같잖을, 누군가에겐 병신처럼 보일 일이겠지요. 창문챈 모든 분께, 또 스스로를 속인 제게 사죄하고 싶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죄송했습니다. 부끄러움을 벗고, 다시 글을 써 보고 싶습니다. 분명 전만 못하겠지만, 이 또한 저고 제 글이니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