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가시고, 또 오세요!”

옷가게 점원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축축한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맑은 목소리가 내 고막에 부딫힌다.

그 목소리를 뒤로 하고, 새로 산 정장과 모자, 그리고 코트를 걸치며 집으로 돌아간다.

가는 길에 보이는것은 역시나 늘 지겹도록 보았던 빨간 단풍나무, 단풍잎, 낙엽, 그 아래에 있는 포켓몬 센터, 그리고 그 아래, 아래에 있는 반쯤 광기에 젖은 사람들이다. 

핑크색 공주복장을 입고 거리를 당당하게 돌아다니는 어린 여자 꼬마와, 거의 감지않은것 같은 헝클어지고, 젖어 떡져버린 머리와 검정 옷을 입은 소녀와, 젖은 주황, 아니 이제는 빨간색이 되어버린 낡은 정장과 선글라스를 입고 구원이 취소되었니 뭐니 하는 소리를 지껄이는 남자, 그리고 그 소리에 장단을 맞춰주는 여자.

그 외에 미쳐 물감에 온몸이 젖은 화가, 음악에 온몸을 맡겨 타성이 깊게 스며들어 온몸이 젖은 음악가, 젖은 종이에 만년필을 휘갈기는 시인.

그리고 젖어있는 나무, 단풍, 이 지긋지긋한 풍경도 이젠 곧 보지 않을걸 생각하니 행복하지 않을수 없다.


나무가 습기에 썩어 삐걱거리는 집 문을 열고, 곰팡이가 슬어 검정이 된 현관을 지나 집으로 들어오면 보이는 땀에 젖어있는 엄마.

하. 침대에서 다른 사람과 땀에 젖어있는 엄마.

늘 이랬고, 걸리는 것에도 이제는 죄책감 비스무리 한것도 가지지도 않는 엄마. 

축축한 목소리로 “왔니?”라 말하는 엄마.

그 소리에 나는 “어.” 라고 건조하게 대답한다.

건조한 대답뒤, 나는 방에있는 미리 싸져있는 서류가방과 백팩을 들고, 서랍을 뒤져 습기에 슬어있지 않아 쓸수있는 돈과 동전들을 긁어모은다.

이 도시에선 책들또한 전부 젖어버리기에, 책장을 넘길수가 없다. 조금 더 마른도시로, 무미건조한 도시로 가야한다. 역시나 건조한 아버지가 있는곳, 전율이 가득한 미르로.

다시 검정 현관을 거쳐 집을 나온다. 그길을 걸쳐 마을을 나온다.


마을을 나오면 나를 반기는건 더욱더 축축한 습지.

그속에서 습기를 내뿜으며 미끄메라는 나에게 사납게 다가온다.

짜증만 더욱더 돋구는 포켓몬. 미끄메라.

보나마나 풀숲에서 튀어나와 공격하는 것이겠지.

다행히도 최근의 법적재재 해제로 인하여.

야생 포켓몬이 공격하는 경우의 한하여 무기사용 가능이지.

다가오는 짜증나는 미끄메라를 항하여.

권총을 한발, 뜨겁게 쏘는 나.

점액은 터지고, 점액은 말라버려 뜨겁게 사라진다.

총소리에 놀랐는지 풀숲에서 포켓몬이 도망친다.

더욱더 깊은곳에 숨어버린 포켓몬들.

여전히 개판인 도로사정에 푹 한숨쉬며, 나는 습지를 질퍽질퍽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