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서울 2063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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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전체가 난리가 났다. 조폭들은 혼란스러운 와중에 소총이며 거치된 기관총까지 갈겨댔지만, 일개 조폭, 그것도 영향력조차 거의 없는 약소 조직의 제대로 훈련도 되지 않은 어중이떠중이들은 전혀 지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기관총이 돌아가는 속도보다 빠르게 달려 다른 엄폐물로 미끄러지듯 숨어든 지원은 곧바로 기관총을 잡은 조폭에게 총을 쐈다. 단 두 발의 9mm 총탄이 놈의 머리 중 유일하게 생살이 있던 미간과 인중을 꿰뚫었다. 불을 뿜던 기관총이 멈추자, 지원은 다시 엄폐물에서 나와 미친듯이, 하지만 정확하게 총을 갈겼다. 총성이 연이어 2번 울리면 한 명씩 쓰러지는데다, 조준이 간편한 최신식 무기는 알리샤의 해킹에 무력화되거나 심지어 폭발하기 일쑤였다.


“언니, 건물 안으로 들어가요!”


“진입한다.”


지원은 얼기설기 지은 나무문을 뒷발차기로 부숴버리더니 신속히 내부로 진입했다. 진입함과 동시에 조폭 하나가 자기 총도 찾지 못했는지 쇠파이프로 지원을 기습했다. 그러나, 지원은 팔을 올려 공격을 막아버렸고 오히려 쇠파이프가 팔 모양대로 둥글게 휘어졌다. 놈이 당황하는 사이, 지원은 놈의 배에 총알을 박아 버렸다.


“이… 이런 괴물! 씨발… 미친 년이…!”


지원은 놈이 뭐라고 하든 총구를 놈의 미간에 들이 밀었다.


“너무 심한 말은 쓰지 마… 약해 보이거든.”


한 발의 총성과 함께 놈의 몸이 축 처졌다. 지원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남은 건 대략 12명…”


알리사가 말했다.


“내부에 넓은 공간이 있어요. 그 벽 너머예요.”


지원은 조심스럽게 벽의 뒤편으로 넘어갔다. 그 순간, 지원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조준경을 눈치채고 몸을 숙였다. 쾅, 총성과 함께 방금 전까지 지원의 눈이 있었던 자리에 총알 자국이 남았다. 지원은 재빨리 남은 총알을 모두 쏴 갈기며 저격수를 벌집으로 만든 다음 탄창을 갈아 끼웠다.


“레나, 알리샤! 놈들의 위치가 어떻게 돼?!”


“2층에 2명이 있어요! 정면!!”


지원이 빠르게 천장이 뚫린 곳을 향해 총을 겨누는 순간, 그녀는 알아차렸다. 그 둘은 저격수나 단순한 소총수 따위가 아니었다. 옛날 영상에서 본 포경선 따위에 장착하는, 작살을 발사해야 할 물건이 당당하게 저 자리에서 지원을 겨누고 있었다.


“걸렸다!”


“저 탱크 같은 년을 위해 가져왔다고!”


“발사!!”


그 어떤 총성과도 비교할 수 없는 굉음이 울려 퍼지자, 지원은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다. 그러나, 작살은 그대로 지원의 왼쪽 옆구리를 관통하고, 그녀를 꿴 채 뒤편 기둥에 처박혔다. 엄청난 충격에 지원은 자기도 모르게 기침과 함께 피를 토했다.


“잡았다!! 저 망할 년, 제대로 먹혔어!”


“어떠냐, 덤프트럭이 전속력으로 달려와 박히는 기분은?”


지원은 콩팥과 장이 찢어지는 듯한 격통 속에서도 총을 들어 자신에게 작살을 쏜 둘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피하장갑을… 뚫어버리다니!’


“언니!”


“난 괜찮아… 망할 새끼들… 위치나 파악해!”


“그 쪽으로 몰려들고 있어요! 오른쪽 끝 기둥 뒤편에 1명, 두번째 기둥에 2명, 정면 벽 뒤에 2명, 왼쪽 끝 기둥에 1명 있어요!”


“나머지… 넷은?”


“그 뒤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됐어.”


지원은 단단히 박힌 작살을 붙잡고 안간힘을 다해 뽑으려 애를 썼지만, 끔찍한 고통에 빼는 것을 포기했다.


“언니, 방금 찾아봤는데, 그 작살은 뽑으려 하면 내부에 더 큰 피해를 입혀요. 절대 뽑으려 하면 안 돼요!”


지원은 겁도 없이 달려들던 조폭 둘의 머리에 바람 구멍을 내버렸다.


“그럼 뭐 어쩌라고! 무슨 예수도 아니고… 고정된 채로 있으란 거야?!”


“아니요! 반대로 생각하는 거예요. 반대로… 언니가 앞으로 움직이면! 더 큰 피해 없이 뽑을 수 있어요!”


지원은 당황했지만, 그럴듯한 방법에 수긍했다. 지원은 작살 뒷부분을 붙잡더니, 그대로 이를 악물고 몸을 앞으로 움직였다. 내부 살과 복막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뒤따랐지만, 이가 부서져라 악물며 결국 작살에서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달려든 조폭 셋을 쏴 버린 뒤, 지원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빠져… 나왔어… 씨발…! 이건 확실히… 내상이 좀 큰데…”


“조금만 참아요.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지원은 벌떡 일어나 비틀비틀 아직도 기둥 뒤에서 떨고 있던 조폭에게 다가갔다. 옆구리에서 튄 피가 바지와 티셔츠를 적셨지만, 크게 문제가 없다는 듯 전의를 상실한 조폭에게 총을 겨눴다.


“사, 살려주세요! 목숨만은…!”


그러나 지원은 이미 방아쇠를 당긴 상태였다. 남은 적은 넷이라는 것을 지원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처가 너무 극심했다.


“레나… 조 씨를 불러… 빨리 끝내고… 병원으로 가야겠어.”


“언니… 그냥 나와요! 어차피 놈들은 재기불능이니까 이미 목표는 달성이라고요!”


“아니, 이런 놈들은… 곰팡이 같아서… 완전히 박멸하지 않으면… 금방 살아나. 그러니!”


지원은 죽은 조폭의 허리춤에서 수류탄을 붙잡더니 핀을 뽑아 남은 놈들이 모인 방에 집어 던졌다. 폭발음과 함께 낡은 건물에서 콘크리트 조각이 후두둑 떨어지고, 지원이 방을 들여다보자 폭연 사이에 네 명의 신체 파편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었다. 지원은 다시 총을 집어넣으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레나… 상황은 종료됐어… 조 씨는…?”


“거의 다 왔어요! 정신 차려요!”


“아… 젠장… 꼬마한테… 오늘 꼭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지원은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바라보더니 건물 입구 벽돌담에 기대 앉았다. 멀리서 조 씨가 운전하는 자기 차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고, 레나의 목소리가 점점 다급해졌다.


“언니! 정신차려요! 언니!!”


지원이 눈을 떴을 땐 병원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김 선생과 안도하는 레나, 조 씨, 멀리서 지켜보던 알리샤까지 모두 눈에 들어오자 지원은 몸을 일으켜 앉았다.


“병원이네…”


“네, 그렇죠. 조 씨가 당신을 싣고 왔을 땐 이미 과다출혈로 위독한 상태… 게다가 상처 부위가 크게 찢어져서 고생 좀 했습니다. 하루만에 완쾌할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내부 장기에 손상이 없는 게 기적인 수준이었어요.”


“하루… 조 씨, 꼬마는?”


“깨어나자마자 찾는 게 그 꼬마라니… 그 녀석은 내가 하루 맡았어. 이해해 주더라고.”


지원은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네… 이해해 줘서. 레나, 난 괜찮아.”


레나는 눈물을 훔쳤다.


“언니가 무사히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울지 마, 보기 안 좋아. 저기… 알리샤?”


자기 이름이 불리자 알리샤는 의자에서 내려와 사뿐사뿐 다가왔다.


“네?”


“합격이야. 해커로서 능력, 확실히 알았어.”


알리샤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지원이 멀쩡하게 침대에서 내려오자, 김 선생이 말했다.


“가능하면 하루 이틀 정도는 격한 운동은 하지 마세요. 이미 피하장갑을 다 고쳐 놔서 내부 출혈이 터지면 곤란하거든요.”


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 씨 일행과 함께 병원 밖으로 나왔다.


“오~ 오토바이는 어떻게 가져다 놓은 거야?”


“내가 또 갔다가 왔지. 일단 돌아 가, 한동안은 좀 쉬고.”


“고마워 조 씨, 그리고 레나, 알리샤.”


지원은 오토바이를 몰고 새 집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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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강한 말은 쓰지 마, 약해 보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