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대학동기다
부모의 부고를 주고받음은 익숙하다
쉰이 넘은 나이에도 벗의 죽음은 익숙치 않다
L 결혼한 지도 몇 년이 되지 않았음이다
K의 큰딸은 대학생이다
학비를 스스로 벌어 생활한다
대견함에 용돈을 쥐여 준 기억이 있다.
여전히 어른스러워 G과 이야기한다
G와는 함께 출발했다
그가 사무실에 와서 차에 태웠다
그다지 단정치 못한 옷으로
K의 장례식으로 왔음이다
G는 입을 열어 말했다
풍운아로 살다 갔어
G는 법대의 교수로 재직한다
K는 그저 그랬다
나는 G에 말해 동감했다
K는 훌륭한 사내로 태어나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내고
흙으로 이르게 되돌아갔다
K의 자식들이라고 하여
그래 높은 대학으로 진학 않았다
그들은 다만 선하고 올곧다
안타까움이 배가 된다
사무실로 돌아가 커피를 탄다
설탕이나 시럽은 들어가지 않는다
껍질만 새것으로 간 소파에 앉아
G의 손목을 바라본다
학생 시절 명필로 소문났던
그러한 서예의 손목에 난 것은
모기 물린 상처가 낫지 않은 것이라
흉터가 져 있음이었다
나도 G도 다를 바가 없이
다만 이 세상 흐르는 모양새를
알지 못하고 겉을 조심스레 만져보는
늙은 대학생에 머물러 있는가
안기부 쁘락치와 다를 바 없던
그 적의 교수 이름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는데
길거리엔 사람 한 명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