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 미싱 링크와 메멘토 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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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 보안결계-기묘한 멜트다운-움직임 ::


15화 :: 미싱 링크와 메멘토 모리 ::



† 4 †


이재형은 알고 있었다. 복귀하여 얼마 남지 않은 필드 시즌을 한가로이 보내고 있는 지금. 아카데미는 전혀 한가롭지 않다는 사실을.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어딘가 잘못된 것처럼 말도 안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하나 하나만 보면 엄청나게 이상하다... 라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의 '조금 기묘한 일' 정도지만, 그것을 펼쳐 놓고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 보면. 이것은 거대한 음모의 단면도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불안한 감정이 마구 샘솟았다.


마음이 복잡했다. 쓰러져 버린 하나는 잘 지내고 있을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는 침착하게 이 상황을 정리해 보고자 했다. 그리한다면 지금의 복잡하고 불안한 감정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의 순간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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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하기 직전. 항법사가 없어 마탑의 전 탑주가 나를 아카데미로 전송해 주었다. 그리고, 그의 주문을 타고 아카데미에 도착한 순간, 결계가 망가져 아카데미는 공중에 갇혀버렸다. 부유섬 제도에 속한 다른 부유섬과의 연락망이 끊기고, 마탑과의 연락도 끊겼다.


아마 그 영향으로 인해 결계 고장 이틀 째의 지금, 1학년들 사이에서는 식자재 보급이 끊긴 것을 감지하고 슬슬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계가 망가진 후. 그리고, 오후 2시 경 유하나를 만나 기숙사로 향했다. 결계야 종종 망가지던 물건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며 현장 파견 확인서를 받기 위해 기숙사에 들러 살비에르를 만났고, 교육동의 1층에서 카일 교수를 만나 그곳에 도장을 받아 제출을 확인했다.


이후 수업을 들었다.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 시각이 바로 이 수업 시간쯤. 마지막 수업인 '인류공통법'을 유하나와 함께 들었던 시간. 약 5시에서 6시 사이. 이 시각에 1학년 600명이 사라졌다. 하필 사건이 수업 시간 도중에 일어난 탓에 고학년 목격자는 없었고, 1학년은 몇몇 목격자가 있었다. 


또, 갑자기 600명 가량이 사라졌기에 1학년의 아카데미 커뮤니티에 소문이 쫙 퍼졌다. 추측이지만, 600명이나 되는 학생이 실종된 대사건이고, 목격자도 있었기 때문에 절대 모를 리가 없었다. 추측보단 확신에 가깝다. 따라서 1학년들은 2학년 이상의 학생들보다 먼저 실종의 정보를 입수했을 것이다.


이런 사건을 2학년 이상의 고학년들이 파악한 시각은 적어도 그 이후에서 그날 오후 8시 사이일 것이다. 이것도 확실하다. 


수업이 끝난 6시 경, 병원에 들러 유하나의 검사를 하여 약 1시간을 조금 넘게 소비했다. 


이후 살비에르와 저녁을 먹기 위해 만나기로 한 시각이 대략 7시 50분 경. 대략 그보다 20분 정도 전의 시간대에 나는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기숙사로 향하고 있었다. 


종합치료원은 중앙 광장에서 수평으로 맞은 편 관계라서 종합치료원에서 기숙사를 향하려면 결국 예치라 중앙광장을 지날 수 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한적한 광장의 타일을 보며 바닥 속의 우주를 떠올렸었다. 


또한, 기숙사를 향하려면 예치라 중앙광장 바로 옆의 공동묘원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곳에서 왠지 아는 목소리가 들려와 기척을 숨기고 대화를 엿들었었다. 그러던 도중 김지현에게 발각당해 함께 그곳에서 동료를 기렸다. 그곳에는 얼굴만 아는 정도의 학생인 서운명도 함께였다.


그렇다. 그곳에서 김지현과 헤어지기 직전, 공동묘원에 학생회장 황재정이 들이닥쳐 학생 600명 실종사건을 김지현에게 보고했다. 얼떨결에 들어버린 나와 서운명, 그리고 유하나는 소문내지 말 것을 부탁받고 얼떨떨하게 헤어지게 되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5시에서 6시 사이, 학생회장이 소식을 전한 것은 8시가 되기 조금 전. 즉, 사건 발생 이후부터 8시 이전까지의 시간 중에 고학년들이 사건을 눈치챘을 것이다.


이후 식사를 마친 뒤 잡담을 했었다. 이때, 휴대전화에 알림이 온 살비에르가 급히 어딘가로 이동했었다. 이유를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강박적인 느낌으로 그는 탈리스만을 통해 어딘가로 이동했다. 탈리스만을 썼다는 것은, 그가 부적을 붙여놓은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다는 것인데, 아직 그 때 당시 어디로 이동했었는지는 살비에르에게 확인하지 못했다.


아무튼 그렇게 되어 잠을 청하던 도중, 노크 소리가 울려 문 밖을 보니 학생회의 김지현, 벨리아, 한가민, 살비에르가 나를 찾아왔었다. 괴현상대책위원회에 동행하여 회의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벨리아의 증언 대로라면 같은 조건이었던 유하나 역시 회장에 동행해야 했지만, 어쩐지 유하나는 기숙사에서 데리고 가지 않았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어째서 그렇게 많은 인원이 나를 찾으러 왔냐는 것. 여기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또한, 3학년이고 학생회의 임원급이었던 김지현과 한가민이 어째서 먼저 회의실에 있지 않았냐는 것도 풀리지 않았다.


나를 약올리던 벨리아는 결국 회의실에서 안정제를 강제로 맞고 자빠졌고, 그 사이에 아리가 모습을 보였다. 아리는 그렇게 인사만을 뒤로한 채, 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잡담만을 하다가 결국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자정 쯤에 시작한 회의는 간단히 하루를 넘겼고, 새벽이 왔다. 그렇게 옥신각신 여러 의견이 나오다가, 카일 교수가 나서 몇가지 절차를 혼자서 진행하고, 경직된 진행과 한심한 수준에 참다 못한 카일 교수가 학생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렇게 한가민은 카일 교수의 명령으로 교내 전체에 이 '학생 600인 실종사건'을 보도했다. 


먼저 사건이 일어난 시간대와 장소, 파악하게 된 경위를 알렸다. 


한가민이 빙송에서 말하기를, 기술 특화요원들의 의견으로 이 사건은 확실한 적색경보로 결정되었고, 기술 특화요원의 추가증언에 따르면 이것은 아카데미의 마법 보안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전에 기숙사에서 회의실로 오던 중 살비에르가 '그 엄청난 보안이 뚫렸으니 이상하다'고 한 것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이는 단순히 '마법 보안이 뚫렸다'라고 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살비에르는 급하게 내용을 전해들었다는 것인데, 그리 된다면 전날 저녁 살비에르는 정말 학생회의 부름에 간 것일까? 살비에르는 어디에 갔■■■─


그것보단, '사건이 아카데미 내부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확신은 없지만... 어째선지 그런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새벽 방송의 다음 내용은, 대응 계획이었다.


오브젝트를 써서 원인을 조사하려 했지만, 해당 시간대에 왠지 오브젝트 <전시안>에 노이즈가 꼈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또다른 오브젝트 <노이즈 텔레비전>을 회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 2학년 이상의 일반 학생들은 이 때 처음으로 사건이 발생한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렇게 방송을 마친 뒤, 카일 교수는 마무리하며 위원회를 임시 해산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어떤 인물을 찾기 위해 컨퍼런스홀 전체를 둘러봤지만 그 인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 방송 장비를 켜기 위해 카일 교수의 명령에 따라 회의실 바깥으로 나갔던 인물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 잠깐. 


여기에 뭔가 더 있었다. 보이지 않았던 누군가가 하나 더 있었다.


그래. 그녀다. 언제나 남들에게 노려지는 입장인데 어째서 그날은 혼자서 회의장에 왔던 걸까? 그리고 왜 끝날 시각엔 보이지 않았던 걸까?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상한 일이 시작된 것은 회의가 끝나고 잠깐 앞의 벤치에 누워 휴식한 이후, 그날 아침부터였다.


하루 안으로 고쳐지던 때가 대부분이었던 보안 결계는 그 때에도 고쳐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 미치도록 빡빡한 일정의 아카데미에서, 이례적으로 수업을 빠지게 해 주었다. 어제 회의에서 부서 단위를 해체하고 팀 단위로 움직이며 괴현상에 대응하는 것을 우선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조사 4팀에 배정된 나는 살비에르, 아리, 김지현과 함께 결계 근처를 조사했다. 2인 1조로 나눴었는데, 살비에르와 동행하던 도중, 기숙사 근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살비에르는 그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는 나를 의도적으로 막는 듯 했고, 결국 그의 말에 따라 수색을 계속했다.


그러나 합류 지점에 도착했는데도 20분 가량 아리와 김지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20분이 지나서야 만난 아리는 어딘가 이상했다. 아리가 그토록 절망에 찬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무언가, 절대로 알려져서는 안되는 것이 발각당한 것처럼. 아리는 초췌한 얼굴이었고, 내가 말을 걸어도 왠지 더 어색한 반응만을 돌려줄 뿐이었다.


나중에 이야기한다고는 했지만, 언제가 될까? 바로 내일 아침 <노이즈 텔레비전> 을 회수해야 하는 긴급 업무가 있었다. 아마 예치라 층에서 브리아 최하부까지 내려갈 텐데, 그곳에 간다면 하루 내내 그곳에서 움직일 공산이 컸다.


그리고, 수색이 끝나갈 즘, 아리는 이곳이 너무 조용하다면서 이야기를 꺼냈고, 일행들과 다른 곳을 둘러본 결과. 우리는 확인하고 말았다.


예치라의 최외곽 고리에 속한 모든 건물의 교내 직원이 사라져있었다는 것을.


그 말도 안되는 현상을 직접 목격하고 확실히 뇌에 박힌 그 직후, 유하나가 응급실에 실려가 위독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남은 수색 시간에는 남아있던 의문속 주인공의 행방을 쫓았고, 벨리아에게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유하나와 함께 쓰러져 있었고, 현장에는 새카만 보석만이 남아있었다.


그녀에겐 의식이 있다고 들었으므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오늘 오후 9시에 그녀를 불러내기로 했다.


이렇게가 지금까지 주변에서 벌어진 이상현상들이었다.


지금까지의 사건을 쭉 생각해 보면, 어째선지 하나로 이어질 것 같은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미싱 링크가 너무나도 많아 추론할 수 없었다.


본인의 머리가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고 그 결과를 알 정도로 뛰어나지는 못했다 보니, 생각을 하더라도 이때 이런 일이 있었다는 정도밖에는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원점이네."


혼잣말을 한 이재형은 터덜터덜 기숙사 복도를 밟고 들어와 자신의 방 문을 열어젖혔다. 이번엔 누구에게도 인사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방은 앞으로도 혼자일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기에.


말없이 현관에 전투화를 벗어놓고 장비를 손보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갑작스레 고개를 갸우뚱한다.


없었던 것 같은 물건이 자연스럽게 놓여있었다.


"이 우산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