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한 냄새.

민달팽이 문틈 사이로

그 물컹한 몸을 비집어 넣어,

어떻게든, 마르지 않을 그늘을 찾아

방향 없는 적합의 바늘을 세우며,

이리저리 사방을 규칙 없이 헤맨다.

둘러본 곳이란, 지나칠 곳이 아니다.

그저, 조건에 맞기까지 기다릴

연단의 시간이 얹히는 공간일 뿐.

그렇기에, 재단할 이유가 없다.

쉬이 바스러질 낙엽을 끌어안고, 구태여

새 계절로 이끄는 눈의 뜨거운 품 같이,

그 무엇 하나도 버릴 것 없다며

모든 자리를 안고, 방황의 여정을 이어간다.

나앉은 세월이 굳고, 또 한철 굳어서

벽을 짓고, 지붕을 지으리라.

이 막연한 믿음에게, 난 사랑이란 명패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