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마음을 기댈 곳이 없었지, 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힘들다는 말밖엔 안 하고..
화랑 짜증은 치밀어 오르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었겠어, 
구형 노트북 하나에 그냥 생각나는 걸 전부 적어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거야.

사실 정말로 따지고 보면 그거밖에 없었던 건 아닌데, 그게 마음이 가장 편해지더라고 
개인사를 그대로 적은 건 아니고, 그거랑 비슷한 상황의 소설을 쓴거지, 대리만족이든 뭐든.. 
남들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었거든, 엄밀히 말하자면 보는 거지만. 

아무튼 그 결과는 처참히 실패했어, 왜냐면..
뭐, 소설이라 말하긴 했지만, 화가 난 상태로 머리가 아득해져서 쓴 글이 눈에 들어왔겠어?
가뜩이나 책 하나 읽은 적이 없던 사람인데, 문맥이든 맞춤법이든 죄다 엉망에 
뭘 말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는데 거기에 관심을 줄래야 줄 수가 없었던 거지

그때 쓴 글을 지금 본다고 해도 분명히 처음엔 어떻게든 읽어보려 하다가 결국 중반쯤에 포기할걸. 

아무튼. 그런데도 난 글쓰는 걸 멈추지 않았어. 
왜냐면 쓰는 것 자체로도 조금 기분이 나아졌었거든, 한참 증오섞인 말을 쏟아내고 나면 머리가 조금 맑아졌어. 
솔직히 쓰면서 몇몇 부분은 욕먹을 것 같다 싶기도 했는데
그것마저 오만이었지! 욕조차 관심이 있어야 달리는 건데. 

아니면 이 좁은 땅은 정처 없이 떠도는 슬픈 사람을 죽일 정도로 냉혹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그런게 그냥 귀찮았거나, 뭐든.. 

그래서 나는 내가 글을 쓰는 걸 좋게 생각하지 않았어, 결과물도 이상하고, 슬픔에 분노 투성이고
글을 쓰는 나, 글을 쓰는 행위, 쓰여진 글.  
세 개 모두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으니까. 나조차도 관심이 없었지. 그냥 게임 한 판 하듯. 
쓰고 돌아보지도 않는 거야, 사실은 이게 뭐냐 하면서 욕 먹을까봐 두려워서 안 쳐다본거지만.

푸하하.

그랬어, 내 글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나조차 그리 생각하지 못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었겠어, 오글거리고, 비참하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말들을..

그래도 가끔은 그런 글이 사랑을 받아서 좋았어, 그 조그마한 사랑 덕분에 이 길고 험한 시간을 덕분에 지나올 수 있었어.
이 땅은 나를 사랑하지 않지만, 나는 이곳에 고마움을 느껴, 슬픈 말만 내뱉었는데. 어느새 여길 사랑하게 되어버렸어. 

그렇게 지나오다 보니, 그렇게 힘들고 미워하고 잊고 싶어하던 순간이었는데
그런 것들조차 전부 내 안에 소중하게 되어버렸어, 여전히 누구한테도 보여줄 게 못 되고 정말 이상한 글이지만.   
그치만, 그렇지만 그런 마음도 전부 나의 삶이었는데
어찌 감히 미워하겠어.. 라고 생각하게 됐네 

그냥 그랬어, 가끔 힘들 때엔 다시 여길 들어와. 그리고 힘들었던 때의 흔적을 찾아봐.
그리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감탄하고 웃으며 슬퍼하고. 그러다가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 

아, 이런 나라도 감히 당신들과 함께 여기 있을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나의 글은 글이라 부르기에도 염치없는 것이지만 함께 소설 칸에서 조회수가 오르는 기분을 느껴 행복했었습니다!
추천수는 그대들의 것만 올랐지만.


뒤끝이 아니라 농담이야, 내 마음 알지? 

아무튼!!

정말 재밌었어, 다음에 또 보자.  

100점 만점에 98점을 줄게. 
사랑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