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번에 할 이야기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1. 최정기 상병
제19보병사단 69보병연대 7중대 중대본부 행정병
1975년 4월 17일 강릉 출생.
1995년 6월 23일 개성에서 사망.
최 상병, 본디 최 일병은 강릉 출신으로,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보냈고, 공부도 꽤 하는 수재였다. 그는 고려대 법학과에 진학해 가문을 일으키겠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입영영장이 날아왔고, 그는 군대에 가게 되었다. 군대에서 그는 그럭저럭 적응해 나갔다. 그다지 편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그는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전쟁이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그의 부대는 전선에서 큰 피해를 입고 후퇴했다. 많은 이들이 죽었고, 집들은 불타올랐다. 최 일병은 살아서 집에 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흘러, 최 일병이 있던 부대는 개성으로 진격했다. 그 곳에서 그는 시가전에 휘말렸고, 적이 쏜 눈 먼 총알에 죽었다. 그의 나이 21살이었다.
#2. 김충기 중위
제24보병사단 34보병연대 3중대 2소대 소대장
1973년 5월 11일 인천 출생.
1995년 3월 13일 인제에서 사망.
김 중위는 육사 출신 엘리트 장교였다. 그는 항상 친절한 모습으로 소대원들을 대했고, 장교로서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장교라고 해서 총알을 피해갈 순 없었다. 소대 진지에서 싸우던 중, 저격수가 그를 쐈고, 그의 방탄모에는 두 개의 구멍이 남았다. 김 중위의 머리는 절반이 없어졌고, 그 자리에서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한채 즉사했다. 그의 나이 23살이었다.
#3. 홍재문 소령
제12전투비행단 124전투비행대대 전투조종사
1966년 9월 9일 대구 출생.
1995년 3월 9일 고성에서 사망.
홍 소령은 유능한 조종사였다. 어렸을 때부터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인고의 노력 끝에 조종사가 되었다. F-5라는 낡은 기종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하늘을 날 수 있으면 그만이었으니까.
어느 날 전쟁이 발발했고, 홍 소령의 비행기는 긴급출격 임무를 맡고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비행이었다. 출격 30분 후, 교전하겠다는 무전을 끝으로, 모든 통신이 끊어졌다. 그의 시신은 무명산 중턱 전투기 잔해에서 수습되었다. 그는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있었다. 그의 나이 30살이었다.
#4. 변윤재 병장
제2함대 제25초계전대 PCC 774 포천함 갑판병
1974년 7월 20일 부산 출생.
1995년 3월 10일 백령도 해역에서 사망.
변 병장은 부산 사람으로, 바다를 사랑했다. 어부인 그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래서 해군에 지원했고, 포천함에 탑승했고, 갑판병이 되었다. 그는 배에서의 생활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배에 남기로 했다.
그런 바다 사나이도 전쟁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가 탄 포천함은 백령도로 출동했고, 변 병장은 갑판에 배치되었다. 기관총 사수였던 그는 정신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장전하려던 순간, 적의 포탄이 그의 자리를 직격했다. 바다 사나이의 마지막이었다. 그의 나이 22살이었다.
#5. 도재현 하사
해병2사단 1연대 5중대 2소대 1분대 분대장
1972년 12월 26일 서울 출생.
1995년 3월 12일 김포에서 사망.
도 하사의 집은 무척 가난했다. 그래서 도 하사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을 해야했다. 4명의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했다. 그런 그도 군대를 가야했다. 해병대에 자원한 그는 하사관이 되어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를 원했다. 기회의 문은 열려있었고, 그는 하사가 되었다.
급작스러운 전쟁은 그를 걱정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집에있는 가족들과, 전우 해병들에 대한 걱정이었다.
어쨌거나 그는 참호로 배치되었고, 치열한 육탄전을 치루어야했다. 그의 전우 대부분이 죽고 다쳤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후퇴했다. 참호에는 그 혼자였다. 도 하사는 자신이 해병으로서 무엇을 해야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머리 위로 포탄을 쏘기를 요청했다. 잠시 후, 포탄이 비처럼 쏟아졌고, 그는 적과 함께 산화했다. 그의 나이 24살이었다.
(등장인물의 계급은 사후 추서 계급임을 밝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