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그래



나는 또 나의 목에 금방 휘발할 알코올을 붓소

그것은 찰나의 시간의 해방이자, 자유이오

홀몸인 나는 테이블을 당겨 당신한테 닫소

이것은-테이블을 당기는 일련의 행동은- 나의 한심한 용기인것이오

육신은 아무것도 느낄수 없소, 살얼음이 낀 강에 빠져 익사하는 것과 비슷하오

나는 능청스러운 척하며 당신에게 말을 꺼내오


육신은 자아가 머무를 장소가 아니오

그저 말로(末路)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 사명이오

순례자는 목도할 뿐이오, 통곡할 뿐이오

만경창파(萬頃蒼波)에 아무도 모르게 몸을 던질것이오,

아, 호젓함만이 나의 유일한 벗이오


자아는 육신이 머무를 장소가 아니오

이지러진 달 아래에 농막에선, 그저 지껄이는 담소일 뿐이오

망량은 안고수비(眼高手卑)한 자신을 탓할 뿐이오, 굳어 있을 뿐이오

일망무제(萬頃蒼波)한 피안에서 누구도 모르도록 몸을 던질것이오,

아, 그들의 촌평이 나의 유일한 적이오


당신은 한참동안 함구했소

그러고는 목으로 알코올을 연거푸 붓더니

당신이 나에게 한 마디 툭 던졌소


야,

모두 그래

야,

모두 다 그런거야


당신은 애수에 차지 않았소

당신은 이별을 하지 않았소

당신은 역정을 내지 않았소

당신은 번민을 하지 않았소

당신은 구애를 하지 않았소


그저 천장의 띄엄띄엄 한 백열등이 만든 음영이

모두의 얼굴을 반쯤 뒤덮고 있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