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객, 오랜만에 찾아온건 좋긴한데, 어떤 연유로 찾아온건가?”

“술을얻어 마시러왔지.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돈이 있을리가 없잖나.“

”겨우 술이나 얻으러 마시러왔나? 하긴 갓끈 다떨어지고 도포는 남루한 자네모습보니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네. 술상 하나 거하게 차려줄테이니, 맛나게 먹고 가게.“

“그 보답으로 자네에게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겠네. 좀 뜬금없고 재미없는 이야기지만, 내 염치 없긴 해도 수토리 진행상 필요하니 술상값은 이것으로 퉁쳐주게나.“


그날은 하염없이 바다에서 가객질중

바다만 바라보며 바다주제 시조쓰기

그러던 도중에보인 한남자가 있었지.

해안가에 쓰러져 있었는데, 평범한 농민 복장을 하고 있더군, 그에게 뒷짐지며 다가갔다 뒷짐풀고 그를 흔드니

짜디짠 차디찬 바닷물을 토해내며 그남자는 다시 일어섰네.

기침몇번 하더니 안도인지 회한인지 절망인지 모를한숨 크게쉬고 그남자는 가객에게 감사인사 올렸었네.

아무튼 구해줘서 감사하다, 여기는 어디냐고 나에게 물어보길래 조선의 동래라고, 우리말 쓴것보니 조선사람 같은데 어쩌다 이리됐냐 나는 물어보았지.

동래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는 슬픔인지 기쁨인지 놀란건지 모를한숨 다시한번 크게쉬며 혹시내가 허생원을 아느냐고 물어봤지.

나는, 아이고, 이사람아 허씨성의 생원신분 가진사람 조선팔도 금수강산 온천지에 널렸는데 너가찾는 그허생이 내가하는 이허생인지 저허생인지 그허생인지 어케아냐 대답하였네.

그러더니 그남자가 가객에게 질문을 바꾸어서, 도적들을 이끌어서 빈섬으로 이주하여 빈섬에서 쌀을길러 장기도에 구휼하여 억만금을 쉽게얻어 백성들을 구휼하다 홀현히도 사라졌던 그허생원 어디있냐 물었었네.

나에게는 그런허생 금시초문 이여서 이가객은 그허생원 들은적도 봤던적도 전혀없다 말하였지만, 말하는 투가 안심에서 분노조로 바뀌는것 보고나니 어떤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마침 심심하기도 하여서 그에게 어떤일이 있었는지 이가객의 초가삼간 으로가서 얘기하자 제안했네.

그남자도 지쳤는지 수긍해서 초가안으로 그남자를 데려왔지, 내아내와 내자식은 입하나더 늘어나게 왜손님을 데리고 왔느냐고 말하는것 같은 원망섞인 눈으로 이가객을 보았지만 궁금한걸 참아서는 내적성이 풀리지를 않는것을 어쩌겠나.

그리하여 여자처차 아무튼 초가안에 자리잡고, 그사람은 진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네.

그는 처음에는 평범한 농민 이었다네. 진주에서 소작을 부쳐먹고 그럭저럭 먹고살만 할만큼만 처와자녀 두고사는 그런사람 이었지. 그럭저럭 일상적인 삼정문란 족징인징 백골군포 탐관오리 틈바구니 속에서 살고있던 그런인간 이었네. 

그렇게 10년을 꾸역꾸역 살다가 문뜩 뒤를보니 보릿고개 10번넘게 넘다보니 자식처의 잡은손을 자신도 모르게 놓아버려 그들모두 잃어버린 허망했던 인간 이었다네. 

보릿고개 넘었더니 그를맞은건 다시한번 찾아온 삼정문란중 하나인 환곡이었다네. 다음 보릿고개를 도저히 못넘길것 같아 쌀을 빌렸더니, 안에 있던것은 모래 반 좁쌀 반인 쌀비스무리한 무언가 였다네. 가을되서 갚아야 하는것은 쌀로만 이루어진 쌀이어야 했던 것이었고, 타는매연 하늘로 올라가듯 치솟는 이자때문에 실제로 그가 냈던것의 반은 매맞고 터져나온 그의 선혈, 반은 땅뺐기고 서러웠던 그의 눈물이었다네. 그리하여 배고파서 남의 집 앞에서 구걸하다 남의 집 앞에서 쫓겨나자 남의 집 옆담을 타고넘었다네. 또 남의 집 옆담을 타고남었다 남의 집 안에서 두들겨맞자 남의 집 앞으로 패거리따라 들어갔다네. 이짓거리를 여러번 하다보니 패거리는 수천명이오, 농민은 무슨 도적패로 전락하고 말았다네. 처음이야 서로 자기것을 다툴만큼 도적질로 얻는것이 만족스러웠지만, 나중 갈수록 관군들이 조여와 얻는것은 줄어들고, 그나마 없는 자원을 서로 다투는 경향만 늘어났네. 상황이 이러니 도둑질도 제대로 못되어 산채에만 갇혀사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다네. 

그리고, 그 남해에 담금질할 망할 놈, 허생원이라 불리는 사람이 오게 되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