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 나옵니다. 근데 성적으로 다루진 않으니 걱정 ㄴㄴ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잘 들리니?" 경찰관이 말했다.


"...네." 한 수인 아이가 말했다.


"확인. 그럼 시작할게." 경찰관이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를 보고 이름과 종족, 나이를 말해주렴."


그러자 수인 아이는 고개를 돌려 자기소개를 읊기 시작했다.


"이름은 헨리, 종족은 고양이, 나이는 10살입니다."


옆에서 속기사가 정보를 타닥타닥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에 왜 왔는지는 알고 있니?"


"...친구들 때문에요?" 헨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응, 맞아. 네 친구들 때문이야. 정확히는 그 사건 때문이지..."


그 소리를 듣자 헨리가 몸을 움찔 떨었다. 꼬리가 바들바들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아니 두려워 안 해도 돼! 우린 널 절대 해치지 않을 거니까." 경찰관이 부랴부랴 헨리를 진정시켰다.


"너의 친구들의 원한을 풀어줘야해서 그런거야. 아직 확인된 유일한 생존자는 너뿐이니까."


헨리는 아직 준비가 안 된 듯 아직도 자기 꼬리를 꼭 껴안고 있었다.


"너가 거기 겪었던 일만 우리한테 말해주면 돼. 분명 너에겐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겠지만, 범인들을 처벌하려면 너가 이야기를 해주는 수 밖에 없어."


"제가 얘기 안 하면요...?" 


"증거가 부족하다고 풀려나겠지. 아직 이 나라 법은 인간들에게 많이 기울어져 있거든. 그니까, 간략하게라도 괜찮아. 너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니?"


헨리는 망설이다 겨우 입을 뗐다. 


"알겠어요."


"그래, 좋아." 경찰관이 헨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헨리는 기분이 조금 좋아진 듯했다.


"그럼 언제 그 집에 갔는지부터 말해줄 수 있겠니?" 그렇게 본격적인 진술이 시작되었다. 


"그 날은 12월 20일이었어요. 그 날도 저흰 놀이터에서 밤늦게까지 놀고 있었죠." 헨리가 말했다.


"놀던 도중에 한 인간 여자가 왔어요. 그 여자는 요즘 실종 사건이 많은데 위험하지 않냐며 저희에게 말을 걸었어요."


"저희는 신나게 놀다 그제서야 부모님들이 일찍 들어오라는 얘기를 왜 했는지 알게 되었어요. 최근에 그런 사건들이 많이 벌어졌다는 건 알고 있었거든요."


경찰관은 그동안의 사건 수사 기록지를 꺼냈다.


1981/10/30 수인 어린이 두 명 실종 (미제)

1981/11/7 수인 어린이 세 명 실종 (미제)

1981/11/11 수인 어린이 세 명 실종 (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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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봐도 유독 이 근방에서 수인 어린이들이 많이 실종되었었다. 지역 경찰은 그동안 뭘했길래 증거 하나도 못 잡아낸걸까, 경찰은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저희가 집에 갈 준비를 하니까, 자기가 밤에 위험하니 각자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했어요. 도와주는 걸로 알고 저흰 그 말을 듣고 순순히 차에 탔죠."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었니?"


"네, 처음 보는 사람이었어요. 차에 타고 그 사람은 자기가 메리라고 소개했어요. 금색 장발을 한 여자였어요." 헨리가 끄덕끄덕하며 말했다.


"그와중에 에이스라는 얘가 이 사람들 이상한 사람 아니냐면서 빨리 내려야한다고 저희를 설득하기도 했어요. 그 말 이후에 그 사람이 진짜 마틴을 집에다 데려다주면서 묻혀버리긴 했지만요. 지금 생각해보면 걔 말을 따랐어야하는 건데." 헨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마틴이라는 아이는 아직 살아있는거니?"

"아마...살아있을거에요. 트라우마 때문인지 연락이 안 되긴 하지만..."


"그래, 계속 말해보렴."


"저 이후에 저희는 그 여자를 믿었어요. 실제로 데려다주는 걸 보았으니까요. 그러다 갑자기 졸린 느낌이 확 오더라구요. 깨어나니 처음 보는 장소에 있었어요."


"저희 모두 어리둥절했어요. 근데 그 때 메리의 누나라는 사람이 나타났어요. 자기를 앤이라고 소개하면서요. 너무 늦어가지고 저흴 자기 집으로 데려다주었대요." 


"집은 어떤 분위기였니?"


"상당히 음산했던 거 같아요. 예술작품들부터 시작해서, 보석들, 무기들까지. 그 중에서 석궁이 가장 눈에 띄였던 거 같아요. 화살이 이미 끼워져있었거든요. 근데 처음 봤을 땐 그렇게 신경은 안 썼던 거 같아요."


"그 때 얘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기억나니?" 경찰관이 메모를 잠깐 멈추고 말했다.


"에이스는 움찔하며 빨리 탈출하려고 했는데, 곧바로 앤이 붙잡아서 식탁에 앉히더라구요. 그리고 곧 앤이 저희 나머지 3명도 식탁으로 안내했죠. 맛있는 냄새가 났어요. 사실상 만찬이랑 비슷했죠. 그리고 우린 그걸 맛있게 먹기 시작했어요."


"의심은 별로 안 했니? 에이스는 그래도 의심했을 거 같은데."


"으음... 일단 저희 3명은 그 때 너무 순수했어서 저 사람들이 착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냄새도 좋았고, 맛도 괜찮았고... 에이스도 저희가 맛있게 먹고 그 사람들도 먹는 걸 보니까 그제서야 먹기 시작하더라구요. 다 먹고 있는데 혼자 안 먹고 있으면 머쓱할테니..."


"다 먹을 때 즈음 12시가 되었고, 그 사람들은 저희 보고 2층 방에 가라고 했어요. 저흰 아직 저 사람들이 착한 사람인 줄 알았으니 순진하게 그 말을 따랐구요. 그런데 저희가 계단에 올라갈 때 쯤에..."


"잠깐잠깐." 경찰관이 헨리의 말을 잠시 멈추었다.


"...왜요?" 헨리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너랑 같이 갔던 친구들 이름을 말해줄 수 있니? 그리고 종족도."


"앗...잠시만요." 헨리가 눈을 감고 친구들의 이름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용족인 에이스, 늑대족인 화이트, 상어족인 데브, 그리고 저까지 4명이었어요." 한참 있다 헨리가 말했다. 친구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하긴 했지만, 그의 눈가엔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


"하임 비서, 손수건 좀 갖다줘요." 경찰관은 그걸 보고 빠르게 조치를 취해주었다. '가장 친한 친구들을 전부다 잃었던 기억을 떠오르는 게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경찰관은 생각했다.


취조는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난 후부터 다시 진행되었다.


"...그런데 화이트가 갑자기 몸이 멈추면서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더라구요. 꾸르륵 소리가 천둥소리 같이 흐르니까, 저희도 뒤를 돌아보았죠. 그러니까...화이트가 엄청나게 토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색을 보니... 초콜릿이었어요. 개과 수인들에게 굉장히 치명적인." 헨리는 몸을 떨며 말했다.


"그 직후 설사도 시작하더라구요. 앞으로는 토, 뒤로는 설사를 하는데, 정말...정말 참혹했어요. 도와줬어야하는데...너무 상황이 끔찍해 발걸음도 안 떼어지더라구요. 그건 나머지 얘들도 마찬가지여서 저흰 그대로 얼어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그 사람들을 불렀어요. 빨리 응급조치를 취해야하니까요..."


"근데 저 사람들...앤이랑 메리가 둘 다 왔는데...웃...더라구요...마치 작전이 성공한 듯, 의도했다는 듯이 말이에요. 저희는 그 때 뭔가 잘못된 걸 알았어요. 그리고 본능적으로 직감했죠. 엄마들이 말하던 실종사건의 범인이 메리와 앤이라는 것. 저희 셋은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어요."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어요. 화이트는 계속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가고 있었고, 바닥은 갈색 물 천지에...에이스는 내 말이 맞지 않느냐며 데브랑 싸우고 있었고... 저 두 사람은 화이트를 도와준답시고 웃으면서 화이트를 입을 억지로 벌려 물을 들이키게 하고..." 헨리의 목소리가 바들바들 심하게 떨렸다. 트라우마가 도진 것 같았다. 경찰관은 바로 그에게 이불을 가져다 주었다. 헨리는 이불을 받자마자 이불을 온몸에 꽁꽁 싸맸다.


"...물은 만약 개과 수인이 초콜릿이나 아보카도같은 취약 식품을 먹었을 때 절대로 먹이면 안 된다고 인간 아이들도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거든요, 근데 저걸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주는 모습은 싸이코를 넘은 악마들 같았어요."


"그 때 에이스가 싸움을 멈추고 계단에서 빠르게 내려와 문으로 냅다 달렸어요. 너무 빨라서 저 사람들도 바로 눈치는 못 챘더라구요." 헨리가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에이스는...어떻게 됐니?" 경찰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에이스는 빠르게 달려가 정문을 열려했어요. 하지만 당연히 정문은 열리지 않았죠. 그 때 메리가 석궁을 들었어요. 아까 제가 봤던 그 장전된 석궁말이에요. 그리고 그걸 에이스의 등에...쐈어요." 잠시 헨리가 숨을 골랐다. 


"네, 맞아요. 에이스는 그렇게 죽었어요. 자기 몸과 바닥과 창문을 피바다로 만든채로요. 더 가관인 건, 저 인간 두 명이 에이스가 죽은 거 보고 눈물 한 방울 없이 "갖고 놀 얘 한 명 죽었네"라 말한 거였어요!" 헨리가 울분을 토해내며 말했다.


"그리고 화이트는 3분동안 격렬하게 경련하다가 어느 순간 움직임을 멈췄어요. 저 둘은 걔를 발로 차며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더라구요. 만족스러운 듯이 말이에요."


"그렇게 화이트까지 죽은 걸 확인한 후, 앤은 저 둘의 시체를 치우러 가고, 메리가 저희한테 다가왔어요. 석궁을 저희한테 겨냥한채로. 아마 위협하는 용도였을 거에요!" 헨리는 기가 차다는 듯 언성이 높아졌다.


"그렇구나." 경찰관이 말했다.


헨리는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아직 그 사건의 후유증이 다 가시지 않은 듯 했다.


헨리의 상태를 보고, 경찰관이 말했다.


"너의 상태를 보니 오늘 진술은 그만하는 게 좋겠구나. 나머지는 3일 후에 진행하는 게 어떠니?" 


"...알겠어요." 헨리가 조용히 대답했다. 아직도 그의 숨은 거칠었다.


"그래, 진술에 참여해줘서 정말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해줘서..." 


"..." 헨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난 먼저 나가있으마. 하임 비서, 얘 안전하게 부모님께 인도해줘." 


"네, 경장님." 옆에 있던 하임 비서가 말했다.


Case 1221 - 12.23 피해자진술록


-녹음 종료-


취조록 느낌으로 써봤어 

창문챈 오랜만이네